[쟁점, 멀리보면 보입니다] ⑧ 균형발전
상태바
[쟁점, 멀리보면 보입니다] ⑧ 균형발전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10.09 09:3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쟁점, 멀리보면 보입니다] ⑧ 균형발전 
2008.02.20 16:02 | 관리자 | 조회 1755 
균형발전은 정권이 바뀌어도 계속된다


행정중심복합도시(세종시) 건설이 본격화한 가운데 지난 9월 제주를 시작으로 잇따라 혁신도시 기공식이 열리고 있다. 참여정부의 핵심 균형발전정책인 행정도시와 혁신도시가 드디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행정도시 건설을 반대해온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도 행정도시건설청을 방문, “훌륭한 계획”이라고 했다고 한다. 한때 정권이 바뀌면 참여정부가 추진하던 국가균형발전정책도 차질을 빚을 것이라던 일각의 우려도 사라진 셈이다.

나라가 두 쪽 날듯 시끄러웠던 균형발전정책이었지만 지금은 폭풍이 지나간 바다처럼 순조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돌아보면 ‘수도분할’이니 ‘위헌’이니 하며 단식투쟁을 하고 궐기대회를 하며 결사반대했던 이들의 주장이 무색하기만 하다. 참여정부가 추진한 정책들이 대개 쉽게 된 것이 없었지만, 균형발전정책만큼 숨죽이며 여러 차례 고비를 맞은 정책도 없을 것이다.

여야합의로 통과된 신행정수도건설 특별법 ‘위헌’ 결정

2003년 12월 29일 신행정수도건설에 관한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했다. 재적 국회의원 194명 중 167명의 찬성이라는 압도적 지지 하에 이뤄진 것이다. 제1야당인 한나라당의 전폭적 지지가 있었음은 물론이다. 이후 치러진 총선과 재보선에서도 신행정수도건설의 적극 추진을 약속한 한나라당이 입장을 180도 바꾼 것은 선거가 끝난 2004년 6월경이었다.

특별법 폐지에 대한 국회청원에 이어 헌법소원이 제기되자 한나라당과 보수언론은 기다렸다는 듯 반대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특별법 통과 당시 아무런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던 언론은 ‘경쟁력 약화론’, ‘비용과다론’, ‘수도권 공동화론’ ‘부동산 시장 자극’ 등 새로운 이유를 들어가며 신행정수도 건설을 비난했다. 특히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을 위헌이라고 주장하는 한나라당의 모습은 자가당착 그 자체였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선공약이었고, 여야 합의로 특별법을 마련, 순조롭게 진행되던 신행정수도 건설이 뒤늦게 위헌논란에 휩싸여 좌초되기에 이른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2004년 10월21일 “수도가 서울인 점은 관습헌법에 해당한다”며 위헌결정을 내린다.

이런 논란을 거쳐 탄생한 것이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이다. 여야는 2005년 2월 재적의원 177명 가운데 158명의 찬성으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당시 서울시장이던 이명박 후보는 “행정도시 건설은 수도분할 작업인 만큼 수도이전보다 더 나쁘다”(2005.3.24) “수도이전이 위헌이듯 수도분할도 위헌”(2005.7.18)이라며 끝까지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행정수도 건설 현장을 찾아가 “더 빨리, 더 크게 하겠다”고 외치는 이 후보의 지금 발언을 보면 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

균형발전 명분으로 땅값만 올랐다?

행정도시 건설에 대한 위헌논란은 헌법재판소의 각하 결정(2005.11.24)으로 종지부를 찍는다. 그러나 위헌논란이 사라진 자리를 대신한 것은 이른바 ‘균형발전 명분으로 땅값만 올랐다’는 논리였다. 이들은 각종 개발로 인한 토지보상비가 풀려 그 자금이 부동산 투기로 몰리고 있다며 균형발전정책과 부동산정책을 싸잡아 비판했다.

과연, 균형발전정책 때문에 투기바람이 일었을까. 현재 수도권에서 거래되는 부동산 관련 자금은 연간 300조 원에 달한다. 시중 유동자금은 대략 500조원 규모다. 반면 행정도시보상비로 풀린 돈은 3조8천억 원이 전부다. 혁신도시 보상비는 이제 막 지급되기 시작했을 뿐이다. 균형발전정책 때문에 부동산투기가 일어났다고 보기에는 미미한 액수가 아닐 수 없다. 물론 행복도시, 혁신도시건설지역 등 일부 지역에서 땅값 상승이 이뤄진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경제성장과정에서 소외되어 저개발상태에 머물러 있던 지역이 개발된데 따른 자연스런 현상이다. 이를 두고 ‘전국의 땅투기장화’ 라며 비판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주장을 위해 통계까지 제멋대로 왜곡하는 경우다. 한나라당 이한구 의원은 지난 9월 “참여정부 집권 이후 4년간 전국 땅값이 약 88% 상승했다”며 그 이유가 “국가균형발전 명분아래 각종 개발계획(행정수도이전, 혁신도시건설, 기업도시건설 등)을 남발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다음날 언론에 ‘참여정부, 부동산 가격만은 잡겠다더니’(동아 9.10), ‘참여정부 땅값 배 뛰었다’(국민 9.10)등의 제목으로 대서특필됐다.

그러나 이 의원이 올랐다고 주장한 88% 중에서 실제 지가상승분은 19.1%에 불과했고, 나머지 68.9%는 공시지가 현실화에 따른 서류상 상승분이었다. 조세원칙을 지키고 부동산 투기를 억제하기 위한 공시지가 현실화는 80년대부터 숙제였고 역대 정부가 매번 공약했으나 해결하지 못했던 묵은 과제였다. 이런 사실을 숨기고 통계를 전혀 다르게 해석하여 참여정부를 공격하는 소재로 악용하는 것은 전형적인 혹세무민이다.

신문지면에서 사라진 수도권 과밀화 문제

균형발전정책이나 부동산정책은 둘 다 수십 년 묵은 우리 사회의 고질적 병폐이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다. 둘 중 하나를 포기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과 일부 언론은 ‘균형발전을 명분으로 땅값만 올렸다’는 주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땅값이 문제라면 땅값에 영향을 미치지 않고도 균형발전을 이룰 대안을 제시해야 마땅하다. 땅값을 이유로, 그것도 왜곡된 통계를 근거로, 균형발전의 발목을 잡을 일이 아니다.

안타깝게도 균형발전정책은 뒤로 미룰 수 있는 일이 아니다. 이미 1990년대에 “서울은 도시화의 한계를 넘은 지옥”(동아 1990.8.26)이라고 표현됐을 만큼 심각하고도 시급한 과제다. 1990년 42.8%이던 수도권 인구가 2006년 48.7%로 늘어났으니, 상황은 더 악화됐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언론은 마치 수도권 과밀화나 지방공동화는 더 이상 문제가 아니라는 듯 일체 다루지 않고 있다. 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을 ‘국력소모’ ‘천문학적인 비용’ ‘투기대란’으로 공격하는 데 지면을 채울 뿐이다.

균형발전정책 성과 가시화… 지속적 추진이 관건

야당과 보수언론의 끊임없는 흔들기 속에서도 참여정부의 균형발전정책은 꾸준히 진행되어 그 성과가 조금씩 가시화되고 있다. 지방의 1인당 지역총생산이 2004년부터 수도권을 앞질러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지방의 수출비중도 2002년 60.9%에서 지난해 68.1%로 높아졌다. 지방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순유입도 속도가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특히 수도권보다 비수도권에 투자하겠다는 기업이 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인 현상이다. 지난 7월 대한상공회의소가 실시한 ‘하반기 투자계획지역’ 조사에서 응답자의 50.1%는 비수도권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조사와 비교해보면 수도권에 대한 투자의향이 절반이상 감소(58.4 => 28.5%)한 반면, 비수도권(지방)에 대한 투자의향은 2배 가까이 증가(26.1% => 50.1%)했음을 알 수 있다. 균형발전에 대한 확고한 의지와 원칙을 가지고 추진해온 결과다.

정부는 균형발전정책의 성공을 위해 지난 7월 2단계 균형발전정책을 발표했다. 2단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되어 기업과 사람이 지방으로 모여들게 되면 국가불균형 문제는 빠르게 해소되어 나갈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제 자리를 잡기 시작한 균형발전정책이 흔들리지 않고 지속적으로 추진되는 것이다. 다행히 이명박 후보도 지역 현장을 방문할 때마다 행정도시, 혁신도시 건설 등 참여정부의 핵심균형발전정책을 승계하겠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 이것이 단순히 표를 얻기 위한 임기응변이 아니기를 기대한다. / 사람사는 세상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