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의 근기, 겨우 이 정도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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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영진의 근기, 겨우 이 정도였나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8.14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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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MBC 경영진이 광우병을 다룬 <PD수첩>에 대한 방송통신위원회의 ‘시청자 사과 명령’ 결정을 받아들여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뿐만 아니라 <PD수첩>의 책임프로듀서인 조능희 CP, 진행을 맡은 송일준 PD에 대해 13일자로 보직해임키로 결정했다.
MBC 경영진의 이같은 결정은 MBC와 <PD수첩>을 아끼고 신뢰해 왔던 국민들에게 크나 큰 실망과 상처를 주는 것이다. 수많은 국민들이 이명박 정권의 ‘방송 길들이기’, ‘방송 장악’에 맞서 공영방송을 지키겠다고 나섰다. 또 최시중 체제의 방송통신위원회는 정권의 방송장악에 부역함으로써 그 권위와 정당성을 상실했다. <PD수첩>에 대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에 대해서도 시작과 과정, 결과가 모두 ‘정치심의’, ‘청부심의’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그런데도 MBC 경영진이 방송통신위원회의 부당한 징계 결정에 끝까지 맞서 대응하기는커녕 통보를 받자마자 이토록 재빨리 ‘사과방송’을 내보낸 것은 ‘이명박 정권에 대한 굴복’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더욱이 조능희 CP, 송일준 PD에 대한 보직해임은 이명박 정권에게 방송장악의 또 다른 ‘전리품’을 안겨준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리는 엄기영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에게 묻고 싶다.
겨우 이 정도의 근기로 ‘이명박 시대’ 공영방송을 이끌어나갈 생각이었나? 언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가 거셀 것이라는 예상을 했을 것이다. 물론 이명박 정권이 예상보다 노골적으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방송장악에 ‘올인’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노조를 비롯한 MBC 구성원들이 여기에 맞설 의지가 있고, MBC와 <PD수첩>을 지키겠다는 국민들이 있다. 공영방송의 경영진이라면 정권의 부당한 외압을 막아내고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는데 헌신하는 것이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방송통신위원회의 부당한 사과방송 요구를 순순히 수용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제 식구를 희생양 삼는 행태는 ‘엄기영 체제의 MBC’가 과연 험난한 ‘이명박 시대’에 공영방송으로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을 갖게 한다.
어려운 시대에 ‘진짜’와 ‘가짜’가 가려진다. 국민들은 헌법이 유린되고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이명박 시대’에 어디가 ‘진짜 언론’인지, 누가 ‘진짜 언론인’인지 확인하고 있다. 엄기영 사장은 시청자들에게 사랑받는 앵커였다. 그가 공영방송의 독립성을 지켜내는 ‘진짜 언론인’인지 국민이 지켜보고 있음을 기억하기 바란다.
우리는 MBC 구성원들과 함께 이명박 정권의 방송장악에 맞서 끝까지 싸울 것임을 거듭 밝힌다.

2008년 8월 13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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