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물장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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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판 봉이 김선달의 물장사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7.13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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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물은 생명의 원천이다. 지구상의 모든 생물은 물 없이 살 수 없다. 인간은 나이와 체질에 따라 다르나 대체로 70∼90%가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처럼 몸속에 물이 많으나 1∼2%만 모자라도 심한 갈증을 느낀다. 5%가 부족하면 혼수상태에 빠진다. 그 까닭에 음식은 수십일 동안 먹지 않아도 견디나 물은 며칠만 마시지 않으면 죽는다.

지구의 표면은 73%가 물로 덮여있다. 그 물 가운데 97%가 바닷물이고 2%는 만년빙하 형태로 되어 있다. 나머지 1%도 지표수, 지하수, 대기층에 나눠져 있다. 결국 인간이 이용할 수 있는 물은 지구가 가진 물의 0.0001%에 불과하다. 그래서 인류문명은 강을 끼고 발달해 왔고 서로 물을 차지하려고 끊임없는 전쟁을 벌려왔다.

인류의 10억명이 깨끗한 물을 구하지 못해 고통을 받고 있다. 해마다 800만명이 수인성 질병으로 죽어간다. 물이 모자라는 나라일수록 가난하다. 수십리를 걸어서 물을 길어오느라 다른 일을 못하고 물을 사는데 돈을 써버려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1960년대에만 해도 달동네, 산동네에는 수돗물을 파는 물장사가 있었다. 수도꼭지 앞에는 이른 아침부터 물양동이가 긴 줄을 이뤘고 집집마다 물지게로 져서 날랐다. 아직 상수도가 보급되지 않는 농촌도 있지만 이제 도시에서는 그런 모습이 없어졌다.

수질오염이 심해지면서 또 다른 물장사가 등장했다. 광천수를 페트병에 넣어 파는 장사 말이다. 10년 전 쯤에만 해도 부자나라 사람들의 호사로 비쳤는데 이제는 지구적 현상으로 변했다. 이 물장사가 호황을 누릴수록 가계지출이 커진다. 지난해 국내시장규모만도 3,820억원이나 된다.

그런데 이제는 수도꼭지에서 나오는 물을 도맡아서 파는 장사가 등장할 판이다. 상수도 민영화가 그것이다. 노무현 정권은 한국경제를 미국경제에 종속화시키는 한-미 FTA(자유무역협정)을 추진했다. 그 정권이 2007년 7월 16일 ‘물산업 5개 년 세부추진계획’이란 것을 발표했다.

164개 지자체로 쪼개진 상수도 사업을 20여개로 광역화해서 공사화 또는 민영화하겠다는 것이다. 시장규모가 2003년 860조원인데 2015년에는 1,600조원으로 커진다고 한다. 이 거대한 시장을 거대자본-외국자본에 개방하기로 추진했던 것이다. 민영화는 곧 사유화를 뜻한다.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자본에 맡기니 이것은 사유화이다.

정권말기에 노 정권이 물 사유화 정책을 밀어붙였지만 추동력이 따라붙지 못했다. 잇단 실정에 따른 민심이반에다 한-미 FTA에 대한 반대여론이 드셌기 때문이다. 시민단체가 반대하고 공무원 노조가 가세하여 한 발 물러서고 말았다. 사유화를 추진하던 서울시도 주춤한 자세로 돌아섰다.

대선 당시인 작년 11월 31일 이명박 대통령 후보는 상수도 민영화에 반대했다. 그런데 취임 후 말을 바꿨다. 노 정권이 마련한 물사업 지원법안에 부가가치세 면제조항을 넣는 등 손질해 다시 내놓았다. 촛불시위가 들불처럼 번지자 한나라당이 임기내에는 추진하지 않는다는 말을 흘렸다. 정권신뢰가 땅바닥으로 떨어진 마당에 누가 그 말을 믿을지 모르겠다.

2000년 상수도 운영권을 미국의 벡텔에 넘긴 볼리비아는 물값 폭등으로 민중봉기가 일어났다. 볼리비아에 이어 스페인, 아르헨티나도 막대한 위약금을 물어주고 다시 국영화했다. 프랑스 기업에 운영권을 준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물값이 2년만에 600%나 뛰었다.

우루과이는 10배나 폭등했으며 프랑스도 민영화 이후 150%나 올랐다. 인도네시아도 2001년 이후 해마다 30∼40%가 오르고 있다. 2001년 민영화 계약을 맺었던 미국 애틀랜타 시는 4년만에 해지했다. 캘리포니아 스톡튼 시도 작년 7월 위탁계약을 파기했다.

유엔은 2006년 제4차 세계 물포럼에서 물 사유화 정책의 실패를 선언했다. EU(유럽연합)도 이 문제점을 심각하게 논의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1단계로 상수도 민간위탁을 추진하고 있다. 일부 지자체들이 시민저항에 부닥쳐 철회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물은 생명 그 자체다. 물은 자연재이자 공공재다. 그 물을 돈 벌이 수단으로 만드는 것은 인간답게 삶을 영위할 권리를 박탈하는 행위다. 대동강을 팔아먹은 봉이 김선달이 환생해도 그 사기술에 감탄할 일이다. 모든 국민이 그 생명줄을 누구한테 주려고 이러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자. 그냥 두면 공기도 팔아먹을 판이다. <내일신문 2008년 7월 1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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