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을 얕잡아 본 죄를 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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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얕잡아 본 죄를 알라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6.10 1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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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영 호 (시사평론가-언론광장 공동대표)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에 가서 영어로 “나는 주식회사 대한민국의 사장”이라고 자기소개를 했다. 국민은 종업원이라는 소리다. 재벌기업의 사장은 절대적 권능을 누리는 제왕이다. 명령과 해고만 안다. 그래서 그런지 독선과 독단으로 독주하다 취임 두 달 만에 촛불집회에 불을 지폈다. 그곳에서는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이라는 로고송에 맞춰 군중은 주권재민을 열창한다.

청계천에서 시작된 촛불의 물결이 국민의 분노를 태우며 꺼질 줄 모른다. 장대비에도 도심 곳곳으로 번져 서울의 밤을 밝힌다. 어린 여학생들이 촛불을 들었던 그 자리를 이제 세대와 계층을 뛰어넘어 가족, 연인, 친구끼리 손을 잡고 채운다. 청와대롤 향해 미친 소를 반대하던 함성이 독재타도, 정권퇴진이란 반향을 일으키며 전국에 메아리친다. 촛불저항이 이제 시민불복종운동으로 승화되어 민주주의의 새 장을 쓰고 있는 것이다.
촛불저항은 인수위 시절부터 잉태되었다. 설익은 정책을 쏟아내며 국민을 너무 당혹하게 만들었다. ‘강부자’, ‘고소영’으로 이어지는 인사파동은 국민에게 절망감을 안겨졌다. 공직자로서는 허물투성이들이건만 ‘베스트 어브 베스트’(최고 중의 최고)라는 말로 덮어버렸다. 거기에는 민의를 조롱하는 독선만 있었을 뿐이다. 
그들이 쏟아내는 말, 말, 말이 너무 어지럽더니 숱한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국민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게 아니다. 일본처럼 광우병 위험성이 적은 살코기만 사먹자는 것이다. 그런데 집권세력은 미국 축산업자를 두둔하는 소리만 골라서 내뱉는다. 그것도 국민건강을 걱정하는 소리를 괴담으로 치부하면서 말이다. 미친 소를 감싸는 허튼소리를 이 입, 저 입이 늘어놓더니 국민을 뿔나게 만들었다.
 
미친 소뿐이라면 촛불이 저렇게 들불처럼 번지지 않는다. 운하만 해도 환경재앙을 염려하는 국민은 안중에도 없다. 한다, 안한다. 물류가 아니고 관광이다. 운하가 아니고 치수다. 정부주도 사업이다, 아니다 등등 수시로 말을 뒤집는다. 그것도 몰라서 반대한다며 국민을 계몽하려고 든다. 틀림없는 사실은 어느 쪽이 거짓말인지 모르나 물밑에서 밀어붙이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의 중요한 기능은 국민의 이익과 직결된 공적기능의 수행이다. 민간영역에 맡기기에는 투자규모가 크고 공공적 성격이 강한 분야를 정부가 운영하는 것이다. 보건, 철도, 전기, 수도, 도로, 항만, 가스, 방송, 금융 등이 이에 해당한다. 그래서 막대한 국민세금을 투자해서 기반시설을 확충해 온 것이다. 그런데 국민적 논의도 없이 민영화하겠다며 난리다. 민영화는 사유화(privatization)을 의미한다. 국민의 재산을 돈 몇 푼 받고 거대자본에 넘기겠다는 소리다.
 
이명박 정부는 잇단 실정을 소통부족으로 치부한다. 언론 탓이라며 언론장악을 노골적으로 획책하고 있다. 군사독재 시절을 떠올리는 언론통제술이 동원되고 있다. 기사삭제, 법적대응, 보도관제 등이 그것이다. 친정권적 낙하산을 방송사를 비롯해 언론관련기관에 포진시키고 있다. 그것도 모자라 신문-방송 겸영금지를 규정한 신문법을 없애 KBS2, MBC를 민영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사이버 공간의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려는 기도도 멈추지 않는다.
 
민심이반이 촛불저항을 불렀다. 그런데 배후세력을 척결한다며 좌파니 반미로 몰아간다. 경찰은 비폭력 시위에 물대포, 군화발, 방패찍기로 대응하며 야만성과 폭력성을 자랑한다. 폭력경찰의 행태도 군사정권과 판박이로 닮았다. 1987년 6월 항쟁 때는 명동 성당에 지도부가 있었다. 지금은 딱히 지도부랄 조직도 없고 누가 누구한테 지시할 수도 없다.
 
포털사이트 토론방 ‘아고라’에서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며 촛불을 든다. 운동가요는 없고 해학과 풍자가 넘쳐난다. 젊은 엄마들의 유모차 부대, 예비군 병장들의 호위에 김밥부대도 등장했다. 주류언론에 대한 불신이 인터넷 생중계, 디지털 기기로 무장한 1인 미디어를 불렀다. 거리시위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무수한 네티즌들이 집에서 인터넷 동영상을 보고 댓글을 달며 사이버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있다.
 
국민은 디지털 민주주의 꽃을 만개 시키는데 집권세력은 1970, 80년대에 박제된 채 아날로그 시대를 살아가는 꼴이다. 좌익세력의 괴담선동이 사그라지기만 기다리면서 말이다. 촛불의 뜻을 깨닫지 못하면 횃불이 나온다.  <내일신문 2008년 6월 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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