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광우병, 로또 확률보다 낮다고?
상태바
인간 광우병, 로또 확률보다 낮다고?
  • 김영열 기자
  • 승인 2008.05.13 17:4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미국산 수입쇠고기로 연일 온 나라가 떠들썩한 가운데 이번엔 대통령까지 나서서 “광우병? FTA 반대하는 사람들 아니냐”라는 말로 본질을 호도하고 국민적 관심을 다른 곳으로 옮기려 하고 있다.

   
▲ 한나라당 홈페이지에 실린 광우병 패러디

지금 나이어린 학생들과 국민이 청계천광장에서 촛불을 든 이유는 FTA를 하지 말자는 것이 아니라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협상력 부재를 지적하고 재협상을 통해서라도 안전하게 먹을 수 있는 쇠고기를 수입하자는 것이다.

예를 들어 일본은 20개월 이하인 소의 살코기 수입을 끊임없이 주장하며 협상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30개월 이상 된 고위험 쇠고기까지도 무분별하게 수입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더욱 한심한 것은 광우병을 일으키는 원인물질인 변형 프리온 단백질이 가장 많이 들어있고 원인체의 99.87%가 검출된 부위인 SRM, 즉 광우병위험물질(SRM:Specified Risk Materials 소의 뇌, 내장, 척수 등)까지도 수입품목에 포함되어 있다.

국내 광우병 최고 권위자 중 한 사람인 한림대학교 김용선 교수는 2004년 가정의학회지 논문에서 "우리나라 사람들의 식습관으로 볼 때, 오래 전부터 쇠고기뿐만 아니라, 소의 내장, 골 및 소의 뼈까지도 식재료로 사용하는 민족" 이라며 "국내 광우병의 발생을 철저히 막아야 하며, 모든 사람 및 동물의 프리온 질환에 대한 정확한 진단 및 체계적인 관리가 수립되어야 한다"고 발표했다.

김 교수는 또 "우리나라 사람들의 유전자 다형성을 분석한 결과, 정상인의 94.33%에서 메티오닌 동질접합체(MM유전자)가 났으며, 전 세계에서 제일 높은 메티오닌 동질접합체를 가지고 있는 민족으로 정상인이 광우병에 걸린 쇠고기를 섭취할 경우 변종 CJD에 걸릴 확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다"고 경고했다.

사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소의 뿔과 발톱을 제외한 모든 부분을 섭취하고 있어 인간 광우병이라 불리는 vJCD나 변종 CJD(크로이츠벨트-야콥병)에 걸릴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고 위험국가이다.

그럼에도 굴욕적 수입협상을 주도했던 정부 관계자들은 “생명에는 아무런 지장이 없고 99.9%가 안전하니 맘 놓고 먹어도 광우병에 걸리지 않는다”고 국민 세금을 쓰며 대 국민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렇다면 우선 0.1%의 진실을 알아보자. 미국산 쇠고기의 광우병문제가 불거졌을 때 일본은 100만 마리의 소를 전수조사라는 방법을 통해 30마리의 광우병 위험 소를 찾았다. 이 수치는 0.003%를 의미한다.

미국의 경우 1억 마리 중 0.1%를 표본조사해서 3마리가 광우병이 의심되는 소로 판명되었다고 보고했다. 이를 다시 계산하면 3마리×1,000(0.1%)을 해야 표본조사의 전체 통계가 나오는 것이다. 즉, 0.1%는 3,000마리가 된다. 그러나 0.1%라는 수치는 제외된 확률의 오차범위가 너무 크기 때문에 표본조사로 보기에는 무리가 따르는 수치다.

   

그런데 지난 6일자 경향신문의 보도는 가히 충격적이다. 서울대가 농림수산식품부에 제출하기 위해 작성한 정책용역보고서 ‘쇠고기 특정위험부위 관리 및 도축검사 선진화 방안’을 인용해 <미국이 광우병과 유사한 증상을 보이는 ‘고위험 우군(牛群)’에 포함되는 소는 연간 44만6000마리 가량으로 추정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말은 지금까지 알려진 고위험 광우병 소의 개체수가 훨씬 심각한 수준이라는 뜻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심재철(안양 동안 을) 한나라당 원내 수석부대표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45억분의 1이니 절대 안전하다”고 발언했다가 문제가 되자 ‘절대’자는 뺀다고 한 발작 물러섰고, 한술 더 떠서 쇠고기 수입의 정당성을 주장하는 정부관계자는 “로또에 맞을 확률보다 낮으니 안심하라”고 큰소리 치고 있다. 

듣기에 따라서는 '재수 없는 놈은 로또 맞듯이 광우병에 감염된 쇠고기 먹고 인간광우병인 vJCD 걸려서 죽으라'는 말처럼 들린다.

또 이번 미국산 쇠고기수입을 주도한 농림수산식품부는 100% 확신은 불안했던지 99.9%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이를 뒤집어 말하면 국민의 99.9%는 안전하나 0.1%인 4만8천명은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조심하란 경고의 메세지다.

문제는 기생충 알이 검출된 중국산 김치를 먹고 기생충에 감염되면 간단한 의료기술로 치료할 수 있지만 인간광우병에 걸리면 100% 사망하기 때문에 100% 안전하다고 해도 국민들이 불안감을  완전히 해소할 수 없다는데 있다.

이런 심각한 상황인데도 광우병에 걸릴 확률이 낮다는 말로 국민을 현혹시키는 정부의 대처방법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미국산 수입쇠고기가 안전하다면 왜 안전한지 정부가 입증하고 국민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도록 하면 되는 것이다.

만약, 미국산 수입쇠고기의 안전을 입증할 수 없다면 입증될 때까지 수입을 보류하는 것이 협상을 주도했던 정부 관계자들이 할 일이다. 또, 국제통상법상 쉽지 않겠지만 미국산 쇠고기의 문제점을 국제사회에 호소하고 ‘미국산 쇠고기수입국 연대’를 조직해서라도 논리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번 미국산 수입쇠고기를 바라보는 국민적 관심은 ‘몇 %가 위험한가, 아닌가?’라는 확률 문제가 아니라 수입되는 쇠고기에 광우병에 걸린 소가 ‘있느냐, 없느냐’의 시각으로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