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삼성의 경영쇄신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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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핵심을 비껴간 삼성의 경영쇄신안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4.23 14: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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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삼성그룹이 이건희 회장의 퇴진, 전략기획실 해체 등을 포함한 경영쇄신안을 발표하였다. 경실련은 이번 경영쇄신안에서 그동안 삼성그룹 문제의 본질로 지적되어 온 이재용 전무로의 불법적 경영권 승계 시도와 전근대적인 ‘황제경영’ 체제에서 비롯된 왜곡된 기업지배구조를 해소할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 방안이 나오지 않은 것으로 본다. 따라서 삼성그룹의 경영 쇄신방안으로는 근본적인 한계를 가진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이건희 회장은 전근대적인 순환출자를 통해 형성된 삼성 그룹계열사를 장악하기 위해 전략기획실이라는 불법조직을 만들었으며, 이를 통해 불법상속, 불법 로비 등 각종 불법행위를 해 왔다. 따라서 이번 쇄신안이 국민들의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략기획실의 폐지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동시에 삼성그룹의 얽히고 설킨 후진적인 지배구조 문제를 해소하겠다는 분명한 의지와 청사진이 제시되었어야 한다. 앞으로 삼성을 계열사별 독립경영체제로 변화시키든가 아니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하겠다든지 하는 분명한 입장을 밝히고, 이에 의거하여 순환출자나 상호출자를 해소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이행계획을 제시하는 것이 필수적으로 요구되었음에도 이에 대한 분명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현재 삼성의 지배구조는 전략기획실을 없애고 어떠한 직을 갖지 않더라도 과거에 그랬던 것처럼 이건희 회장이 마음먹기에 따라 얼마든지 뒤에서 법테두리를 벗어나 그룹 경영에 개입할 수 있다. 따라서 지배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쇄신 내용이 빠지고 형식적으로 임원직을 사퇴하고 전략기획실을 없애는 것으로는 삼성의 본질적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의미를 부여할 수 없다.   

지난 2006년 2월 삼성그룹은 불법대선자금 제공 및 이재용씨로의 편법상속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빚은 것에 대해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면서 8,000억원 사회 환원과 함께 구조본 축소, 계열사별 독립경영 강화를 약속한 바 있다. 하지만 얼마 전 종료된 삼성 특검은 이 약속들이 당시 위기를 벗어나기 위한 국면전환용 발언이었음을 증명해준 바 있다. 과거의 경험을 보면 오늘 발표 또한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유야무야될 가능성은 여전히 놓여있는 것이다.   

경실련은 삼성그룹의 쇄신안이 이건희 회장과 이재용 전무, 나아가 삼성 그룹 전체가 환골탈태하여 세계 일류기업으로 도약하는 기회가 되는 내용이 담기기를 진심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삼성그룹의 본질적 변화가 누락된 이번 발표는 국면전환용 혹은 여론호도용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이건희 회장은 지금이라도 과거 LG와 SK가 했던 것처럼 삼성 또한 선진적인 지배구조로 변화될 수 있도록 결단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삼성이라는 기업 가치를 지속적으로 높이는 것이며,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지속적 성장을 보장하는 것이 될 것이다. 삼성은 황제경영의 폐해에서 벗어나 경영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가지고 전근대적인 지배구조를 혁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대안을 제시하여야 한다. 이것만이 이건희 회장의 순수성을 국민들에게 이해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다. 이건희 회장의 결단을 재차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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