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방송, 집권세력의 전리품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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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집권세력의 전리품 아니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3.17 1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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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나라당과 수구족벌신문의 KBS 정연주 사장 사퇴 압박’에 대한 논평

결국 핵심은 공영방송 장악이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른바 ‘인적청산론’, ‘좌파척결론’의 칼끝을 KBS 정연주 사장에게 겨냥했다. 한나라당 안상수 원내대표는 13일 주요당직자회의에서 정 사장에게 사퇴를 압박했고, 심재철 원내수석부대표도 “KBS 정연주 사장이 사퇴 0순위”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한나라당은 당 차원에서 논평까지 발표해 정연주 사장을 “국민의 방송을 권력의 시녀로 전락시키는 파행을 주도한 장본인”이라며 “한국방송공사를 좌파이념의 선전도구로 전락시킨 책임을 지고 지금 당장이라도 사퇴하여 역사와 국민 앞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 도리”라고 악의적인 주장을 폈다.

수구족벌신문들도 한나라당과 손발을 척척 맞췄다.
13일 중앙일보는 사설 <코드 인사와 임기 보장>에서 “공영방송의 수장은 무엇보다 정치적 독립성과 경영능력이 중시되어야 한다.
두 측면에서 여론의 지탄을 받고 조직원의 신뢰를 상실했다면 그는 조직을 위해서 물러나야 한다”고 정 사장의 사퇴를 요구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사설 <공영방송 개혁해야 ‘전파 민주화’ 가능하다>를 싣고 공영방송의 ‘새판짜기’를 주장했다. 동아일보가 말하는 ‘새판짜기’란 “일부 공영방송을 민영방송으로 전환”하는 것으로, ‘방송사 내부 기득권세력’이 여기에 협조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연주 사장 등을 쫓아내야 한다는 게 행간에 담긴 이들의 주장이다.

이어 14일 수구족벌신문들은 체면도 염치도 던져버리고 ‘정연주 저격수’로 나섰다. 전날 ‘공영방송의 수장’ 정도로 표현했던 중앙일보는 또 한 번 <KBS 사장은 임기 내세울 자격 없다>는 사설을 내고 “제일 먼저 사퇴해야 할 인물은 KBS 사장”이라며 노골적으로 사퇴를 압박했다.

조선일보는 사설 <정연주 KBS 사장의 배짱 경영>에서 KBS 2TV의 봄편성, 경영능력 등을 문제 삼으며 정 사장 사퇴에 힘을 실었다.
동아일보는 칼럼을 통해 공세를 이어갔다. 김순덕 동아일보 편집부국장은 <‘또박또박 악랄하게’ 끝장내기>라는 칼럼에서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 파괴에 앞장서 온 정연주 KBS 사장”, “‘또박또박 악랄하게’의 전형” 등의 비난을 쏟아냈다.

정 사장이 KBS를 “좌파이념의 선전도구”로 전락시키고 방송독립성을 훼손했다는 주장은 아무런 객관적 근거가 없는 정치공세일 뿐 아니라, 집권세력의 정책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사장을 끌어내리겠다는 자체가 최악의 ‘방송독립성 훼손’이다.

더 나아가 대통령의 ‘분신’과도 같다는 최시중씨를 방송통신위원장으로 밀어붙이는 이명박 정부의 파행인사 행태, ‘방송보도가 우호적이지 않아 정권을 놓쳤다’는 한나라당의 강박증과 그로 인한 ‘한풀이’식 사고방식을 볼 때 정 사장을 쫓아내고 어떤 사람을 공영방송 사장으로 앉히려 들지 불을 보듯 뻔하다.

‘KBS 적자’ 운운하며 정 사장의 경영능력을 시비 거는 것도 ‘코드청산’ 외에는 이렇다할 근거가 없기 때문에 동원되는 수법이다. KBS의 경영에 문제가 있다면 제도와 절차에 따라 풀어가면 된다. 새로운 정치권력이 집권을 하자마자 ‘경영상의 이유’로 임기가 보장된 사장을 마음대로 쫓아낼 수 있다면 그게 어디 공영방송인가?

게다가 공영방송의 경영 정상화를 위해 최우선적으로 필요한 ‘수신료 현실화’에 대해 사사건건 발목을 잡아왔던 이들이 바로 한나라당과 족벌신문들 아닌가. 공영방송의 궁극적 목표는 ‘이윤추구’가 아닌 만큼 정 사장 체제를 ‘적자운영’만으로 평가해 사장을 몰아낼 수 있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정 사장 취임 이후 KBS 프로그램의 공영성이 강화되고 경쟁력이 높아졌다는 평가가 학계와 시민사회에서 나온다. 시사·보도 프로그램에서도 기계적 균형의 한계를 일정하게 극복하고 실질적인 공정성에 다가가는 모습을 보여 왔다.

수구족벌신문들이 한나라당의 대변인 노릇을 하는 속셈은 뻔하다. 한나라당이 공영방송 일부를 민영화하고 신문과 방송의 교차소유금지를 풀어줌으로써 수구족벌신문들이 방송 산업에 뛰어들 수 있으리라는 음흉한 기대 때문이 아닌가?

집권여당이 정 사장 축출에 사력을 다하는 바람에 정 사장이 임기를 채우는 것이 곧 정치권력의 외압을 버티는 일이 되었다. 공영방송 사장이 임기를 제대로 마치느냐 그렇지 못하냐가 이명박 정부 아래 방송 독립성을 판단하는 바로미터가 된 셈이다.

우리는 정 사장 체제의 KBS를 평가하는 일과는 별개로, 정치권력의 치졸한 방송장악 시도로 인해 공영방송의 사장이 임기를 채우기 못하는 상황을 방관하지 않을 것이다. 더 이상 불순한 의도로 공영방송 KBS를 흔들지 마라. <끝>
 


2008년 3월 15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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