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내각인선 검증’ 관련 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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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정부 내각인선 검증’ 관련 방송 보도 모니터 보고서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3.11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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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언론시민연합]

지난 2월 18일 새 정부 초대 내각 장관 15명의 명단이 발표됐다. ‘실용’과 ‘경륜’을 중시했다는 이번 인사는 하루가 멀다 하고 밝혀지는 후보 개개인의 심각한 도덕적 흠결 때문에 ‘비리 종합 세트’라는 여론의 비판을 받았다. 이번 인사검증에서는 방송 3사의 적극적인 취재노력이 돋보였다. 특히 KBS와 MBC는 발군의 단독취재와 깊이 있는 정보 전달로 사회 비판과 여론 공론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고 평가된다.

# 보도량, SBS 상대적으로 적어

2월 18일에서 3월 2일까지 방송 3사 메인뉴스의 총 보도량은 131건이다. KBS와 MBC가 각각 비슷한 보도량을 보였고, SBS가 38건으로 상대적으로 적은 양을 보였다. (<표1> 참고)

방송 3사의 보도 중에는 청문회나 타 언론사 등을 통해 제기된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을 위한 노력을 보인 ‘적극적 취재·탐사보도’가 전체 방송의 28.2%인 37건이나 되었다. 또한 그중에서 특정 방송사 단독으로 새로운 의혹들을 제시한 ‘단독 취재’도 13.7%를 보였다. SBS는 ‘적극적 취재·탐사보도’와 ‘단독취재’도 타사에 비해 적은 양이었다.

# KBS, 적극적 취재·탐사보도가 42.6%로 많아 3사중에서 가장 돋보여.

KBS는 인사 관련 총 47건의 보도 중에서 적극적 취재·탐사보도가 전체 보도 꼭지의 과반에 가까운 42.6%(20건)였다. KBS는 19일 한승수 총리의 ‘투기·편법 증여’논란을 다룬 <“투기” “사실무근”>(송창언 기자) 꼭지를 시작으로 제기된 의혹과 관련이 있는 현장을 직접 취재하는 발군의 노력을 보였다. 이러한 KBS의 노력은 총 9건의 단독 취재를 이뤄내며, 장관들에 대한 인사 검증에 활력을 더했다.

KBS는 21일에는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 가족이 미국 시민권과 영주권을 갖고 있다는 사실을 보도했으며, 24일과 25일은 역시 남주홍 통일부장관 후보 부인의 재산 축소와 포천 농지 투기 의혹을 적극적으로 제기했다. 25일은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부인이 보유한 일본 국채 매입 자금의 출처에 대한 의혹을 제기했다. 26일에는 유인촌 문화관광부장관 부인의 ‘재산 증식’ 문제와 박은경 환경부장관과 배우자의 ‘상습 체납’ 문제를, 27일에는 정종환국토해양부장관의 ‘농지법 위반’ 의혹과 김경한 법무부장관 부인이 부동산 업체에 거액 지분을 투자한 사실을, 3월 1일에는 박미석 청와대 수석위원의 문제 논문이 BK21 연구지원을 받았다는 내용을 확인해 보도했다.

KBS의 적극적이고 끈질긴 보도는 여론의 공론화를 일으켰으며, KBS는 제기된 의혹에 대한 후속 검증 보도도 잊지 않았다. 유인촌 장관이 KBS가 지적한 배우자의 ‘거액 엔화 출처’에 대해 반박했으나, 27일 <엔화를 원화로 신고>(김태형 기자)에서 KBS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임을 확인하며, 오히려 “해명과정에서 부인 강 씨가 거액의 엔화를 보유한 사실이 드러났”다며 새로운 의혹을 제기했다.

# MBC, 발로 뛰는 취재 노력이 생생한 현장 검증 이끌어

MBC는 총 46건의 보도 중 11건(23.9%)을 적극적 취재에 나섰으며, 7건의 단독 보도를 냈다. 2월 19일 요직에 점쳐지는 어윤대 전 고려대 총장의 땅 문제를 짚은 <땅 투기 의혹>(백승규 기자)을 통해 어 전 총장이 요직에 거론되는 것을 비판적으로 담았다. MBC는 같은 날 <'대북관' 논란>(김정호 기자)에서 남주홍 후보의 저서 내용, 토론회 발언 내용 등을 모아 대북관에 대해 지적했다. 22일에는 톱보도 <재산신고 축소의혹>(이정신 기자)에서 이춘호 여성부장관 후보의 재산신고 축소 의혹을 밝혔다.

MBC는 그에게 40건 부동산 외에 추가재산이 있고 재산 공개 거부한 딸도 6건을 가지고 있다는 충격적인 내용을 보도했다. MBC는 박은경 환경부장관 후보의 땅 투기 의혹에 대해서도 22일, 25일, 26일에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또한 29일 <하루새 농지로>(백승규 기자)에서는 정종환 국토해양부장관이 부인 이름으로 매입한 충남 서천의 땅이 문제가 되자 “인사청문회가 열린 어제 오전부터, 굴삭기와 트랙터를 동원해 덤불과 잡초들을 모두 없애버렸”다는 소식을 전했다. 이는 발로 뛰는 방송사만이 담을 수 있는 생생한 풍자가 담겨 있는 보도였다.

# SBS, 타사에 비해 소극적인 인사 검증

SBS는 총 38건의 보도 중 적극적 취재가 15.8%(6건)로 비율이 가장 적었다. 단독 취재 역시 2건에 불과했다. 이를 제외하고는 사안에 대한 단순 전달이거나 국회와 장관 후보자에 대한 문답, 여야의 공방을 그대로 싣는 소극적인 보도형태를 보였다.

단독 취재한 경우에도 제기된 의혹 이상의 보도로 나가지 못한 경우가 있었다. 28일 <엉뚱한 보험 혜택>(박병일 기자)에서 김성이 보건복지부장관 후보의 “한국 국적을 포기한 딸이 미국 국적을 취득한 뒤에도 7년 동안이나 건강보험 혜택을 받았다는 사실”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박미석 수석 내정자의 논문 표절의혹이 대대적으로 보도된 21일에도 SBS는 <표절?...공금 유용?>(김호선기자)에서 이 문제를 김성이 장관 후보의 공금운용 의혹과 함께 다루어 사안을 축소시켰다.

박미석 청와대 수석 내정자의 두 번째 논문의혹이 제기된 23일에도 KBS와 MBC가 논문 비교를 통해 심층적 전달에 앞장 선 반면, SBS는 <“그게 아니라…”>(남호선 기자)에서 이춘호, 남주홍 당시 후보들의 해명과 함께 마지막에 “이미 2건의 논문 표절의혹을 받아온 박미석 청와대 사회정책수석 내정자는 2005년 4월 대한가정학지에 게재한 논문이 2004년 제자와 공동명의로 발표한 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이 추가로 제기됐습니다”라고 언급하는 것에 그쳤다.

KBS와 MBC가 적극적인 의혹 발굴과 검증을 통해 여론의 관심을 이끌고 인사 검증의 척도를 제시한 것과 비교할 때도, SBS는 드러나는 의혹에 대한 ‘따라가기 식’ 보도가 주를 이뤘으며 제기된 의혹들에 대한 심층성도 타사에 비해 떨어진다는 평가이다.

# KBS, MBC의 적극적인 인사검증보도에 박수를

이번 인사검증 과정에서 한나라당과 보수신문은 자신들이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그토록 강하게 요구했던 도덕성과 자질 검증의 기준을 이명박 정부의 내각에 대해서는 똑같이 요구하지 않는 모순을 범했다. 그러나 방송 3사는 이러한 현실을 정확하게 지적하면서 엄격한 인사검증 시스템이 마련되어야 한목소리로 지적했다.

24일 MBC <과거엔 물러났다>(이정신 기자)에서 김주하 앵커는 “지난 10년 동안 7명의 장관들이 물러나야 했던 결정적 이유들과 매 한가지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이번엔 여러 명이 한꺼번에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겁니다”라고 멘트했다. KBS도 23일 <과거 잣대 어디로>(이석호 기자) 앵커 멘트에서 “한나라당은 과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참여정부에서 각료 5명을 낙마시켰습니다. 이제 여야가 바뀌면서 돌아온 부메랑에 당선인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고 지적했다.

SBS도 같은 날 <공-수 교체‥말 교체>(김정인 기자)에서 “한나라당은 과거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며 참여정부에서 각료 5명을 낙마시켰습니다. 이제 여야가 바뀌면서 돌아온 부메랑에 당선인측이 어떻게 대응할 지 주목”된다고 앵커멘트를 했다. 기사에서는 논문표절과 부동산 투기 의혹을 통해 낙마시킨 한나라당의 과거 발언을 담은 뒤, “하지만 한나라당은 비슷한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박미석 수석 내정자에 대해 공식 반응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고 지적했다.

보수 신문이 ‘안 하는지 못하는지’ 모를 부실한 검증보도를 하고 있을 때, 방송 보도는 인사청문회의 내용을 받아쓰는 데 급급하지 않고 현장 취재와 탐사를 통해 국민들의 이해와 판단에 유익한 정보를 제공했다. 특히 공영방송의 건강한 언론기능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필요한지 보여준 KBS와 MBC의 적극적인 인사검증 관련 보도에 박수를 보낸다. / 데일리경인 김광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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