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열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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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픽 열병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2.08.17 09: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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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던올림픽이 17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지난 12일(현지시간) 막을 내렸다.
올림픽 폐막 이후에도 ‘역대 원정 올림픽 사상 최고 성적’이라는 언론의 호들갑은 계속되고 있다. 밤잠을 설치며 대한민국 선수들의 선전을 기원하며 울고 울었던 국민 개개인의 입장에서는 이 같은 호들갑이 애국심을 자극하는 기제로 다가오는 것도 부인하기 힘들다.

하지만 국제적인 스포츠 행사가 열릴 때마다 반복되는 방송사의 과열방송은 저널리즘의 기능을 다시 한 번 되새기게 한다. 올림픽 개막과 동시에 방송사들은 저마다 ‘올림픽 대표방송’을 자처하며 올림픽 중계에 열을 올렸다. 생중계에 그치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낮에는 재탕, 삼탕을 반복했다. 대표적인 교양·오락·시사프로그램도 올림픽 특집 프로그램에 자리를 빼앗긴 채 올림픽이 끝나기만 기다려야 했다.

일례로 ‘출발! 모닝와이드’는 ‘2012 런던올림픽 특집 출발! 모닝 와이드’로, ‘굿모닝 대한민국’은 ‘굿모닝 런던’으로 둔갑했는가 하면 모 방송사는 올림픽특집으로 ‘아이돌 스타 올림픽’을 방영하기도 했다.

이 같은 올림픽 올인 현상은 뉴스에서도 고스란히 재연됐다. 방송사의 간판 뉴스는 하나같이 ‘런던올림픽 특집’이라는 꼬리표를 달고 올림픽 상황을 전하기에 숨가빴다. ‘종합뉴스’와는 거리가 멀어도 한참 멀었다. 올림픽 이외의 여타 의제는 뒤전으로 밀렸다.

새누리당 공천헌금 의혹, 민주통합당 박지원 원내대표 소환 등등 굵직굵직한 문제들이 불거졌지만 심층보도는 찾아볼 수 없었다. 대선 역시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 아니, 밀어냈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의 분석에 따르면 런던올림픽 기간 동안 방송 3사의 저녁종합뉴스는 보도의 반 이상을 올림픽 관련 소식으로 구성했다. SBS 62.7%, MBC는 59.8%, KBS는 54.6% 순이었다. 이게 뭡니까? 올림픽 열병 이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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