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고찰 기행(2) - 부안 개암사
부안기생 매창(梅窓)이 죽어서도 잊지 못했던 길...
내(안)변산에는 고찰인 내소사와 전나무 숲, 봉래구곡과 직소폭포, 우금산성(전라북도 기념물 제20호)과 월명암(月明庵) 등 일일이 열거할 수 없을 정도로 역사적 가치가 높은 명승지가 많은 곳이다.
특히 내변산인 상서면 감교리에 있는 개암사는 나라에서 보물로 지정한 대웅전(보물 제292호)이 있는 절로 알려져 있다. 부안을 출발해 보안면사무소에서 북쪽방향으로 시오리정도 진행하면 봉은리가 나온다. 마을로 접어들면서 개암저수지를 끼고 곧장 올라가면 일주문이 보이고 울금바위 아래 계곡속의 평지처럼 자리 잡고 있다. 개암사는 대한불교조계종 본사인 선운사의 말사(末寺:본산에 딸린 절)로 백제의 묘련이 창건(634년)하고 원효대사와 의상이 머물면서 중수(重修:낡은 건조물을 다시 고침)했다. 1314년 원감국사가 지금의 자리에 중창(重創:낡은 건물을 헐 것은 헐고 고칠 것은 고쳐 만듦)하여 대사찰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으며 다시 1783년 승담이 중수하여 오늘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속세와 멀어서일까? 조용하고 단아한 풍경, 나무숲에 에워 쌓여 고요함마저 감도는 산사 오르는 길은 제천 정방사 오르는 길과 견주어도 부족함이 없었다. ‘절이 아름다운 것은 산문 밖 일주문으로 오르는 길도 아름답다’던 명언을 새삼 깨닫는 순간이다.
느티나무를 지나면 석조물사이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울금바위다. 이곳을 따라 돌계단 몇 개를 더 오르면 놀랄 정도로 평평한 절 마당이 펼쳐지는 곳, 바로 개암사다.
이곳의 본전인 대웅보전은 정면, 측면 3칸의 팔각지붕을 씌운 다포식(多包式) 건축물로 규모에 비해 우람한 기둥이 눈에 들어온다. 단청이 없어서 일까? 잘 지은 선방처럼 다가오는 대웅전은 원목 그대로를 사용해 소박함마저 풍기고 있다.
개암사 뒤쪽으로 우진암이라 불렸던 지금의 울금바위도 또 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이 바위에는 모두 세 개의 동굴이 있는데 특이하게도 원효방의 웅덩이에만 물이 괴어 있다. 전설에 의하면 원래는 물이 없었으나 원효가 이곳에 도를 닦기 위해 정착하면서 샘이 솟았다고 한다. 울금바위에 오르면 산 아래 경치가 한눈에 보이고 인근의 울금산성은 지방기념물 20호로 지정된 사적지로 사색하며 돌아보기엔 최적의 장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