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질 2명 석방]남은 19명 협상에 어떤 영향 미칠까

비교적 낙관...수감자 맞교환 고수 땐 장기화 우려

2007-08-14     이정하 기자

탈레반이 아무조건 없이 여성 인질 2명을 풀어준 것이 향후 남은 19명 석방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텔레반 쪽의 긍정적인 태도에 낙관적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선별적 석방이 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 번에 단체교섭이 아닌 단계별 교섭이 진행될 경우 피랍자들의 안전은 물론 협상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텔레반쪽이 2명의 남성 인질을 살해한 뒤 아프가니스탄 내부나 주변 이슬람 국가들에서 조차 비난 여론이 빗발치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적인 살해는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현재 언론이나 공공에 노출되는 것을 극히 꺼리는 텔레반 쪽이 우리 협상단과 지속적인 대면접촉을 갖고 있는 것도 긍정적이다. 협상단은 구체적인 협상내용이나 조건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협상 진행 이후 2명의 인질 석방이라는 가시적 성과는 기대감을 부풀리고 있다.

그러나 협상단은 이번 인질 석방이 피랍자 전원의 무사귀환을 낙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텔레반 수감자 만교환 등의 요구조건과 무관하게 석방이 이뤄졌기 때문. 피랍자 전원 석방이 아닌 단계적 석방을 통해 텔레반의 요구 수위를 높여갈 가능성도 농후하다는 지적이다.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 2명의 여성 인질을 석방하면서도 수차례 석방사실을 번복하며 연기하는 등 속을 태웠다. 이번 석방이 텔레반 수감자 맞교환이나 일각에서 보도된 고액 몸값 요구 등 협상조건을 유리한 쪽으로 이끌기 위한 텔레반의 전술로 비춰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또 텔레반 쪽은 인질 살해 및 석방 등의 전술로 아프간 정부 및 미국을 압박해 수감자를 석방하려는 의도가 짙다. 이미 몇 차례 인질 납치극을 통해 성과를 낸 텔레반이 커내든 히든 카드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현재 텔레반이 분명한 협상 의지를 드러낸 만큼 앞으로 추가 협상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우리 협상단도 이런 텔레반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면서도 요구조건 변경에 주력하고 있다. 탈레반이 기존 수감자 맞교환 교환 카드를 고수할 경우 마땅히 대처할 방안이 없기 때문이다.

한편 정부의 대면접촉 시도가 자칫 텔레반의 입지를 강화해 추가 협상에 있어 악제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