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계의 시국행사’ 관련 조중동 보도 논평
촛불집회가 종교계의 참여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지난 6월 30일 천구교정의구현사제단은 시청 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열고 이명박 정부의 회개와 쇠고기 재협상을 촉구했다. 10만 여 명의 시민이 참여한 이날 미사와 거리행진은 평화적으로 끝났다. 시민들은 사제단 덕분에 촛불집회가 평화를 되찾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지친 국민을 위로했다’는 반응을 보였다.
반면 촛불 끄기에 혈안이 되어 있던 조중동은 천주교를 비롯한 개신교, 불교 등 성직자들의 잇따른 시국 행사 계획에 당황하고 있다.
1일 중앙일보가 사설을 통해 시국 행사에 나선 성직자들을 비판하고 나섰고, 이어 2일 조선일보와 동아일보가 그 뒤를 이었다. 조중동은 입을 모아 ‘독재시절도 아닌 지금 종교계가 나서는 것은 반정부투쟁을 부추기는 것’이라고 성직자들을 비판했다.
중앙일보 7월 1일 사설 <성직자들이 불법 부추기는 모양새는 안돼> 조선일보 7월 2일 사설 <종교와 정치> 동아일보 7월 2일 사설 <국가 정상화 위해 국민이 거짓과 선동 물리쳐야> |
나아가 조중동은 일반 기사에서도 성직자들의 시국 행사를 깎아 내렸다.
2일 조선일보는 4면에 <궁지몰린 시위대, 종교계에 “SOS”>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는 종교계가 나선 것은 대책회의가 촛불집회를 살리기 위해 시국행사를 요청했기 때문이라며 “사제단이 민주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에 대해 퇴진을 요구하는 피켓을 든 것은 종교단체 활동의 한계를 넘은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고 전했다.
같은 날 동아일보는 6면에 <종교단체들도 ‘촛불’ 앞에 갈라지나>라는 기사를 싣고 사제단을 비롯한 종교단체들의 시국행사를 또 다시 ‘진보-보수의 대립’ 틀에서 다뤘다.
중앙일보도 5면에 <지도부 숨자 종교단체가 시위 주도>라는 기사를 싣고 “진보 성향 종교단체가 미국산 쇠고기 반대시위의 중심에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기사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지도부가 수배된 이후 현재 대책회의가 와해 상태”, “구심점이 없어진 시위대를 사제단이 이끌고 있는 셈”이라는 경찰 관계자의 주장을 실었다. ‘촛불 정국’이 특정한 지도부 없이 전개되어 왔다는 사실을 끝까지 부정하면서 운동권 지도부가 와해되자 사제단이 ‘새 지도부’로 나섰다는 식으로 접근한 것이다.
종교계와 성직자들의 현실 참여에 대한 조중동의 이같은 보도태도는 ‘이중잣대’, ‘말바꾸기’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참여정부 시절 일부 개신교계와 성직자들은 사학법과 국가보안법, 전시작전통제권 등의 정치적 이슈를 놓고 그야말로 ‘정권퇴진’을 불사하는 격렬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당시 조중동이 이들을 향해 “지금이 독재정권 시절이냐”, “반정부투쟁을 부추기는 거냐”, “성직자는 말 한마디도 신중해야 한다”는 등의 비판을 한 것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사학법을 놓고 벌이는 일부 종교인들의 반발을 자세히 전달하면서 정부에 대한 “불복종 투쟁”, “건학이념 지키기” 등으로 미화하고 부추겼다. 정부에 대해서는 종교계의 목소리를 수렴하라고 주장했다.
동아일보 2005년 12월 10일 <사학연 “헌법소원 제기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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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2005년 12월 15일 사설 <사학법 파동, 정권퇴진 운동으로 번지나> 조선일보 2006년 9월 4일 <향군·한기총 등 대규모 집회> 조선일보 2006년 1월 5일 <목사 7000명 ‘사학법 반대’ 구국기도회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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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2005년 12월 15일 <사학법, 종교계 반발 경청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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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중동이 필요에 따라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말바꾸기’를 일삼는다는 것은 이제 온 국민이 다 아는 사실이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종교계의 시국 행사에 대해 또 다시 ‘이중잣대’를 들이대며 이명박 정부의 회개와 반성을 촉구하는 종교인들을 비난하고 있다. 이런 조중동의 태도에 국민들이 어떤 반응을 보이겠는가?
지난 두 달 동안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를 향해 국민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외쳤지만 이명박 정부는 폭력 진압으로 응답했고, 공안기관까지 동원해 언론통제에 나섰다. 시민들이 시국 미사에 환호한 이유는 사제단이 시민들의 고통을 품어 안고, 성직자의 양심과 권위로 정부의 잘못을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조중동이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성직자들의 이런 목소리에 최소한 침묵하는 예의는 지켜야 한다. 조중동은 이 정도의 예의도 갖출 수 없단 말인가?
2008년 7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