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신문 사설 오락가락... 美쇠고기 사태 정치수단으로 폄하

2008-05-24     김광충 기자

<논평>
경기신문 사설은 사설(社說)인가 사설(私說)인가?
2008년 5월 15일 사설 <‘美 쇠고기’ 정치수단으로 활용 말라>에 대한 논평

 

사설(社說)은 신문사 또는 출판사가 그 사(社)의 책임으로 표명하는 의견이나 주장을 일컫는다. 현실적으로 신문사의 정치적 견해가 표출되는 공간이기도 하다. 그러나 경기신문의 사설은 사설(社說)인지 사설(私設)인지가 헷갈릴 정도로 한 가지 사안에 대한 갈지자 사설이 남발되고 있다. 또한 사실에 근거하지도 않고, 반인권적인 주장을 하고 있어 더욱 문제가 되고 있다.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것은 정부와 경기신문이다.

경기신문 5월 15일 <‘美 쇠고기’ 정치수단으로 활용 말라> 사설에서 “요즘 정부의 대응이 측은하고 안타깝다”며 “소모적인 논쟁과 길거리 투쟁은 지양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것이 “촛불시위에는 상대적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지는 중·고생들이 대거 참여”하고 있고, “인터넷 괴담은 정부 정책에 불신과 불안을 의도적으로 키우고 국가 전체에 해악을 끼치는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국민의 99%가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쇠고기 완전개방을 반대하고 있다. 학교급식에 사용될 싼값의 미국산쇠고기 때문에 자신들의 건강과 미래를 위협받고 있는 청소년들이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서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잘못이 있다면 정부의 무책임한 졸속협상에 있다. 이는 그동안 드러난 협상과정 상의 오류를 통해 이미 드러난 바 있다. 그러함에도 “상대적으로 판단능력이 떨어진다”는 반인권적 발언을 서슴지 않는 경기신문의 판단근거는 도대체 무엇인가? 오히려 경기신문의 판단능력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닌지 판단해 볼 일이다.   
 
민심을 자극하지 말라.

지난 5월 8일 사설 <좌파 세력이 광우병 괴담의 진원지다>을 인터넷 판에서 삭제한 <경기신문>은 15일 사설에서 “(인터넷 괴담은) 휘발성이 강한 민족감정을 자극하고 있으며, 거의 국가안보를 위협하는 수준”이라며, 결국은 “불순세력이 반정부 반미투쟁의 한 수단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의문을 지울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사설을 통해 현안에 대한 입장을 밝히는 것은 언론사의 고유 영역이다. 문제는 사실에 근거해야 한다는 것이다. 사설에서 지적한 괴담이나 배후세력은 사설에서 표현했듯이 ‘의문’이라는 지극히 주관적 판단뿐이다. 지극히 주관적인 판단에 근거한 사설이야말로 괴담의 실체이다. 그 괴담을 근거로 ‘국가안보 위협’까지 들먹이는 이유가 무엇인가? 구겨진 자존심을 촛불을 통해 회복하려는 성난 민심의 불길을 끄려는 이유가 무엇인가? 경기신문은 괴담수준의 사설로 더 이상 민심을 자극하지 마라.
 
지난 4월 사설과 입장 달라

경기신문은 지난 4월 17일 <미국산 쇠고기 ‘실용’으로 대처하라> 사설에서 “안전하지 못한 미국산 쇠고기는 실용적 입장에서 보면 수입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 바 있다. “먹을거리 문제만큼은 철저히 실용적으로 대처하기 바란다”고 이명박 정부에게 쓴 소리를 한 바 있다. 안전하지 못한 미국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며 재협상을 요구하는 것은 정당한 국민의 권리이다. 직접 ‘수입대상’이 아니라고 입장을 밝힌 바 있는 미국쇠고기에 대하여 ‘재협상’을 요구하는 민심을 폄훼하는 사설에 독자는 혼란스럽다. 같은 사안에 대하여 이처럼 입장이 바뀐다면, 어느 누가 신문을 신뢰할 수 있겠는가. 이제 좀 정신 차려야 되지 않겠는가.


2008. 5. 20.
경기민주언론시민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