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산그린시티부지 주민 윤수심 할머니의 한탄
“대한민국 땅에 어디 이런 데가 있소, 에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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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산그린시티부지 주민 윤수심 할머니의 한탄
“대한민국 땅에 어디 이런 데가 있소, 에휴~”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1.10.24 16: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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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수심 할머니. 얼굴 주름 하나하나는 할머니가 겪어야 했던 거친 바닷바람과 질곡의 세월을 짐작케 한다. ⓒ 뉴스윈

“에휴~. 나 같은 노인네들이 비 맞으면서 집회도 했어요. 나야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지만, 젊은 사람들은 그냥 쫓아내면 어찌 살라는 거요. 앞날이 창창한 사람들을 이렇게 망쳐 놓으면 어째요. 살 수 있게 이주대책은 마련해 주고 철거를 하던지 해야지.”

윤수심 할머니(81세)가 한숨 끝에 털어놨다. 송산그린시티가 조성될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에 사는 윤 할머니의 소원은 단순하면서도 간절하다. 철거 전에 마을 사람들에게 제대로 된 이주대책이 마련되는 것이다. 윤 할머니는 우음도에 시집 와서 50년 넘게 살았다. 식모살이도 했고, 조개도 잡았다.

“먹고 살려고 버둥거리며 살았어요. 굶고 지내고 풋보리 쪄서 먹고, 그래도 조개 캘 땐 애들 학교도 보내곤 했는데···. 땅도 없고, 집도 없이 이렇게 살아온 거요.”

서해안 갯벌에 그 많던 조개를 잡지 못한 지 이십년 가까이 됐다고 했다. 시화호 방조제 때문이다.

“방조제 공사한다고 바다를 막으면서 마을이 엉망이 됐어요. 워낙 여긴 맛, 비단조개, 동죽, 대합··· 아홉가지 조개가 많았다고요. 그런데 막아버리니까. 죽은 조개껍데기만 산더미처럼 쌓였지.”

우음도엔 하루 3번 버스가 드나든다. 막차는 송산면 사강에서 오후 5시50분에 있다. 자가용 없는 사람은 시내로 출퇴근도 불가능한 현실이다. 웬만하면 시내에 나갈 엄두가 나지 않고, 몸이 아파도 병원도 못 가 그냥 누워 지낼 뿐이라고 했다.

“오죽하면 못 살겠다고 나간 사람들도 있는 거요. 여기 남은 사람은 딴 데 갈 수 있는 형편도 안 되는 거지.”

윤 할머니는 얼마전 여든이 넘은 몸으로 집회에 참여했다. 화성시 송산면 우음도·삼존리·형도 주민들과 함께 철거 전에 이주대책을 마련하라고 한국수자원공사에 촉구하는 자리였다.

“에휴~. 나 같은 노인네야 죽을 날이 얼마 안 남았어요. 젊은 사람들이 걱정이여. 도와주세요. 제발 좀 도와줘요.”

고등학교에 다닌다는 손자 얘기를 하던 윤 할머니는 끝내 서러운 세상 탄식하며 눈시울을 붉혔다.

“손자가 고등학교 2학년이요. 근데 비닐하우스 같은데 사니까. 부끄럽다고 여태 친구 한 번 못 데려 왔어요. 대한민국 땅에 어디 이런 데가 있소. 에휴, 정말 젊은 사람, 학생들이 불쌍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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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희 2011-10-26 13:57:38
할머니가 걱정 없이 이주하도록 해 드려ㅆ 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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