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양평서 ‘결실’
시골 작은 학교서 학생수 늘어난 비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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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교육청 ‘혁신학교’ 양평서 ‘결실’
시골 작은 학교서 학생수 늘어난 비결
  • 이민우 기자
  • 승인 2010.03.18 14: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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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경기도양평교육청의 작은학교 성공사례 발표 간담회
 경기도교육청(아래 도교육청, 교육감 김상곤)이 공교육의 대안으로 추진 중인 ‘혁신학교’가 양평군의 작은 학교들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지역 장점과 특성을 살린 교육과정 운영이 알려지자 폐교 위기에 처했던 시골 학교 학생수가 늘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양평교육청(아래 교육청, 교육장 권영택)은 17일 교육청 제2회의실에서 ‘작은 학교 성공사례 발표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작은 학교들이 혁신학교로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교사들의 자발성과 학부모들의 협력으로 가능했음을 강조했다.
 
▲ 경기도교육청(아래 도교육청, 교육감 김상곤)이 공교육의 대안으로 추진 중인 ‘혁신학교’가 양평군의 작은 학교들에서 결실을 맺고 있다. 사진은 17일 양평교육청에서 열린 작은학교 성공사례 발표 간담회 모습.     © 수원시민신문

권영택 교육장은 “학생수가 줄어 걱정스러웠던 시골학교로 도시학생이 내려오는 현상이 생겨 기거할 주택이나 학교 시설 개선이 요구되는 행복한 고민을 하게 됐다”면서 “이런 좋은 사례가 점점 늘어 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조현초교 “점수 위주가 아닌 삶의 변화 능력 기르는 교육”
 
사례발표에 나선 이중현 조현초등학교 교장은 “자기 장점을 최대한 발휘하고, 더불어 나누는 삶의 자세를 가진 어린이를 교육목표로 하고 있다”면서 “아이들의 변화, 학부모의 요구를 반영한 교육과정인 혁신학교를 통해 건강한 교육을 나눌 수 있다면 우리나라 교육흐름에 새로운 물꼬가 트일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울과 수도권에서 양평지역으로 학교를 찾아오고 있는 건 정말 뜻 깊은 변화입니다. 지난해 전입 학부모 60여명에게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그 결과 90% 이상이 사교육으로 대표되는 도시의 경쟁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보호하고 싶다는 의견이었습니다.”
 
어떤 교육이기에 시골 학교에 학생수가 늘어날까. 이 교장이 소개한 조현초교의 장점은 다양한 교육과정과 지원 프로그램 운영이다. 작가와 만남을 연6회, 진로 초청 강연을 연2회, 매년 전교생 진로적성검사, 독서캠프, 영어캠프 등을 진행 중이다. 거기에 자연이 어우러진 학교는 아이들에게 배움의 장이자 놀이터가 된다.
 
학생들에 대해 기초학력지도와 보충학습지도는 물론 미술치료사를 통해 학습심리치료까지 마련했다. 방과후 교육을 통해 스스로 학습하도록 돕고, 학년별로 창조학습을 20시간이나 배정했다. 학생이 통지표에 스스로 자기 평가하는 항목이 있다는 것에 눈에 띈다.
 
이 교장은 “점수나 지식의 양 위주가 아니라, 지적 능력과 총체적 학력, 삶의 변화 능력을 기르는 교육을 추구 하고 있다”면서 “보다 질 높은 교육을 위해 노력해 학부모가 만족하고, 아이들이 행복한 학교를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 지난 3월 10일 눈 쌓인 조현초등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이 뛰어놀고 있는 모습이다. 학교 앞 설경이 마치 그림처럼 아름답다.     © 수원시민신문(제공 조현초등학교)
 
세월초교 “문화예술로 학생들에게 창의성 발현 기회 제공”
 
강성호 세월초등학교 교장도 “외진 곳에 위치해 학생수도 적어 폐교 대상이었던 우리학교가 살아난 것은 학생, 학부모, 교직원, 주민들 모두가 힘을 모았기 때문”이며 “즐겁고 행복한 행교, 부모님도 안심하고 찾을 수 있는 교육활동에 전념했다”고 밝혔다.
 
세월초교이 화두로 삼은 건 ‘문화예술과 돌봄이 있는 학교’다. 학생, 학부모, 교직원, 주민, 연극 전문가들이 함께 연극을 만들어 공연했다. 가을운동회와 지역문화 체험 활동을 곁들여 1박2일로 마을 잔치처럼 벌이기도 했다. 마을사람, 학부모, 예술전문가들이 계절 수업 강사로 나서 지역에 대한 애정을 갖도록 배려했다.
 
맞벌이와 한부모 가정처럼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돌봄학교’도 운영했고, 부적응 학생을 위한 심리상담과 진단, 치료도 진행했다. 무엇보다 교사와 학부모들의 활발하고 격의 없는 소통이 주효했다. 학교홈페이지는 물론 인터넷 카페 운영이 활성화 됐고, 자연스레 신뢰의 싹은 자라나 교육효과로 열매 맺었다.
 
“문화예술을 중심으로 학생들에게 창의성 발현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지능이 뛰어난 소수 학생뿐 아니라 학력이 부진해 도움이 필요한 여러 학생들도, 따뜻하게 지도해주니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공부하는 능력이 자라난 거죠.”

▲ 세월초등학교 5학년 어린이들이 스스로 만든 목공 작품 앞에서 사진을 찍었다.     © 수원시민신문(제공 세월초등학교)

 
수입초교, ‘혁신학교’ 학부모 설명회 뒤 폐교 위기 극복
 
도교육청의 혁신학교 정책에 따라 새로운 교육과정을 도입하겠다는 설명회만으로도 학교가 생생하게 살아난 사례도 있다. 바로 수입초등학교다. 수입초교도 몇년째 학생 수가 적어 폐교 문제로 불안해 하던 상황이었다.
 
김태연 수입초교 교장은 “교직원 발령 때 2자녀 이상인 사람을 보내 달라고 교육청에 요청할 정도 였다”고 어려웠던 시절의 심정을 토로했다. 그런데 이런 일이 이제 옛일이 됐다.
 
2009년도 교육활동 실적을 보고와 함께 ‘혁신학교’ 관련 학부모 설명회를 진행한 뒤 상황이 급변한 것이다. 당시 설명회엔 80여명이 참석했고, 이후, 전학 상담이 쇄도해 업무가 어려울 정도가 됐고, 홈페이지 방문자도 급증했다.
 
“지난해 54명에 머물렀던 학생수가 벌써 106명으로 급증했습니다. 올해 안에 120명이 넘으로 생각됩니다. 혁신학교로 지정된 뒤 학생과 교사들 모두 얼굴에 기쁨이 넘치고 있습니다. 저도 아침마다 출근하는 것이 가슴 설렐 정도거든요.”
 
수입초교가 새롭게 시도한 교육과정은 역시 남다른 데가 있다. 지난해 전교생이 제주도 테마 여행을 다녀왔다. 덩치 큰 도시학교에서 웬만해선 꿈도 못 꿀 일이다. ‘토토의 작업실’이란 영화창작 교실을 3일간 운영했다. 이때 아이들이 이야기를 만들고, 촬영 편집까지 직접 해서 4편의 영화를 상영했다. 신종플루 때문에 못해던 가을운동회는 겨울철 ‘얼음운동회’로 대체했다.
 
운동회 때를 설명하던 김 교장은 “아이들과 학부모, 교직원이 함께 25개의 썰매를 만들었고, 학교 옆 하천에 가서 이이스하키, 얼음썰매타기. 봅슬레이, 팽이치기, 연날리기, 달집태우기를 했다”며 밝게 웃었다. 김 교장은 “앞으로도 배움과 삶이 하나가 되는 교육, 행복한 교육을 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작은 학교의 성공 비결 “교사의 자발성과 학부모의 참여”
 
이처럼 아무도 주목하지 않았던 경기도 양평군의 시골 학교들이 성공한 비결을 분석한 발표도 이어졌다.
 
서종초등학교 정배분교 이동준 부장교사는 “작은학교들의 성공은 교사들의 철저한 자발성이 보장되고, 학부모들이 스스로 학교 운영에 참여하며 소통하는 문화가 있는 게 공통점”이라고 진단했다. “새마을운동 하듯이 다 전파한다고 되는 게 아니다”는 말도 덧붙였다.
 
아무리 좋은 교육프로그램이 있더라도 교사들의 자발성과 주인의식을 가진 학부모들의 참여, 소통이 없다면 실현될 수 없다는 지적이다.
 
“자발성이 있었기에 퇴근시간이 지나서 밤 10시, 11시까지도 학교 발전을 위해 토론할 수 있었던 거죠. 자연속에서 생명과 자연을 사랑하는 아이로 키우고자 하는 교사와 학부모의 요구, 흐름이 조화롭게 반영된 것입니다.”

 
늘어난 학생수에 따른 부족한 교실 등은 풀어야 할 과제
 
아울러 참석자들은 작은 학교들이 비록 좋은 결실을 맺고 있지만, 늘어난 학생수에 다른 부족한 교실 공간, 노후화된 교육 기자체 보충, 벽지학교장의 교사 초빙권 등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와 관련 이성대 도교육청 정책기획담당 사무관은 “사례 발표를 들으면서 가슴이 뭉클한 점이 있었다”면서 “혁신학교 추진은 대한민국 교육을 살리자는 끗인데 그 희망과 가능성을 여러분들이 만들어 내신 것이기에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했다.
 
“핵심은 교육과정을 제대로 운영하는 게 학부모들이 찾아오게 만들고 학교를 살리는 길이란 사실입니다. 중고등학교 교육과정에 대한 대안을 만들지 않고는 이러한 성공이 오래가기는 힘들기에 이 부분에 대해 진진하게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이 사무관은 “학생 수가 늘어나면서 생긴 시설, 환경면의 부족한 어려움에 대해 대안을 마련하기 위해 많은 고민을 하겠다”면서 교사 초빙권이나 근무연한 문제에 대해선 “작은 학교의 성공 사례가 교사들이 떠나더라도 이어지려면 배움의 공동체, 즉 지역사회와 학부모도 같이 고민을 해 튼튼한 환경, 교육문화를 만들어 가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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