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검증
상태바
사상검증
  • 우승오 기자
  • 승인 2010.02.03 08:5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상검증은 글자 그대로 어떤 사람이 가지고 있는 사상이 뭔지 검증하는 것이다.
이 말을 분단국가인 대한민국에서 사용할 경우 결국 사회주의자 혹은 공산주의자인지를 가려내자는 것으로 의미가 축소된다. 다시 말해 보수단체에서 사상검증 대상자로 분류하면 이는 곧 ‘예비 빨갱이’로 낙인찍힌 셈이 된다.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도 보수단체의 사상검증 주장으로 한때 곤욕을 치루기도 했다.
한때 거물급 진보정치인을 옥죄는 무기로 사용됐던 사상검증의 칼날이 이번에는 법관을 겨냥하고 있다. 마녀사냥식 여론몰이도 도를 넘어선 지 오래다.
여기에 한 술 더떠 연일 사법부 손보기에 골몰하던 집권 여당도 법관에 대한 사상검증 필요성을 제기하고 나섰다. 판사의 정치 성향을 따져 형사재판 배당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 25일 오전 여의도 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정치 성향이 강한 법관은 형사재판에서 배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이 같은 주장의 배경에는 미네르바 박대성 씨, 정연주 전 KBS 사장, 시국선언 교사들, MBC <PD수첩> 제작진, 민주노동당 강기갑 대표 등에 대한 법원의 잇따른 무죄판결이 자리잡고 있다.

그 동안 한나라당이 잇단 무죄판결 사태를 ‘좌편향 판사들의 튀는 판결 탓’이라며 이념 공세를 펴온 점을 감안하면 안 대표의 이번 주장은 보편적인 원칙을 이야기했다기보다는 진보 성향 판사들을 솎아내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정권 차원에서 ‘손봐야 할 대상’들이 줄줄이 무죄방면된 데 대한 불안감이 이 같은 어이없는 발상의 원인이라는 게 대체적인 견해다.
타인의 정치 성향을 재단하겠다는 발상 자체도 시대착오적이거니와 판사의 성향을 따지는 기준이 정권과 코드가 맞느냐 여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