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경영진은 기자들에 대한 징계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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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영진은 기자들에 대한 징계시도를 즉각 중단하라 "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5.11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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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경영진이 지난 4월 신경민 앵커교체와 보도국장의 권력비판 기사 누락 등에 반발해 제작거부 투쟁을 벌였던 기자 133명 중 3명을 징계하겠다고 나섰다. MBC는 최혁재(기자회장), 이성주(평기자 비상대책위원장), 김연국(비상대책위 대변인) 기자를 ‘취업규칙 위반’으로 인사위원회에 회부했으며, 지난 6일 이들에게 11일 열리는 인사위원회에 참석할 것을 통보했다고 한다.
 
경영진이 이른바 ‘취업규칙’의 어떤 대목을 들고 나와 3명의 기자를 징계하려는 것인지는 모르겠다. 그러나 우리는 기자들이 벌였던 제작거부를 과연 회사 내부의 규칙으로 재단해 ‘징계’ 운운해도 좋은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지난 4월 기자들이 왜 제작거부까지 벌였는지는 삼척동자도 알고 있다. 정권에 비판적이라는 이유로 간판뉴스의 앵커가 잘려 나가고, 권력에 비판적인 기사가 누락되는 상황이었다. 양식 있는 기자라면 MBC를 향한 권력의 음험한 손길을 느끼고 여기에 맞서 싸우는 것이 당연하다. 그것은 공영방송에 종사하는 기자로서 국민에 대한 도리이다.
그런데도 경영진이 ‘사규위반’ 운운하며 기자들을 징계한다면 MBC의 미래는 없다.
경영진은 지금 기자들을 향해 이명박 정권의 방송통제, 방송장악 시도가 벌어져도 언론인의 사회적 책임 따위는 잊어버리고 ‘회사원’으로서의 삶에만 충실하라고 요구하는 것이다. ‘취업규칙’이라는 명분을 내세웠으되 그 본질은 권력의 민주주의 유린, 방송독립 유린을 침묵하라는 것이다.
정권에 휘둘려 앵커를 교체하더니 이제 할 일을 한 기자들마저 징계하겠다니 이런 경영진이 ‘MBC 길들이기’, ‘MBC 장악’에 혈안이 되어있는 이명박 정권 아래에서 MBC의 정체성을 얼마나 더 훼손시킬지 참으로 기가 막힌다.
 
MBC 경영진에 강력히 촉구한다. 기자들에 대한 징계 시도를 즉각 철회하라.
지금 MBC가 해야 할 일은 제 식구를 벌주면서 정권의 비위를 맞추는 것이 아니다.
이명박 정권이 MBC를 ‘눈엣가시’처럼 여기고 있고, KBS에 이어 MBC마저 장악해보겠다고 얼마나 열을 올리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MBC가 받을 유형, 무형의 압박이 어느 정도일지 짐작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럴 때일수록 공영방송을 짊어지고 있다는 책임감을 다시 한번 추스르고 권력의 방송장악 시도에 의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그것이 장기적으로 MBC가 사는 길이다.
지금 이명박 정권이 어떤 처지인지를 냉정하게 보라. 공권력을 동원해서 비판 목소리를 찍어 누르지 않으면 권력을 지탱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국민들이 다시 ‘촛불’을 들지 못하게 만들려고 온갖 공안탄압을 자행하고 있으나, 재보궐 선거를 통해 싸늘한 심판을 받아 상처를 입었다. 이런 정권이 무섭다고 눈치나 살피면서 기자들을 징계하고, MBC의 정체성을 훼손한다면 눈앞의 어려움은 모면할지 모르나 국민들로부터 엄혹한 평가를 받고 결국 버림받게 될 것이다.
 
제작거부를 벌이며 방송의 독립성을 지키고자 했던 기자들은 MBC가 외압으로부터 지키고 보호해야 할 소중한 ‘자산’이다. 이런 기자들이 있기에 시청자들이 아직은 MBC를 믿고 희망을 거는 것이다.
MBC 경영진에 거듭 촉구한다.
정권을 보지 말고 국민을 보라. 언론을 탄압하고도 성공한 정권은 없다. 권력 앞에 당당하고 국민 앞에 부끄러워하는 방송이 된다면 어떤 권력도 MBC를 함부로 하지 못할 것이다. / 8일 민언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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