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네르바 수사, 세계가 비웃는데 조중동은 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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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 수사, 세계가 비웃는데 조중동은 엄호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9.01.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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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일 인터넷 논객 ‘미네르바’가 구속되면서 이명박 정권의 표현의 자유 탄압, 인터넷 통제에 대한 비판이 더욱 확산되고 있다. 민주당, 민주노동당, 진보신당, 자유선진당 등 야당은 말할 것도 없고 여당 일각에서도 ‘미네르바’ 구속은 지나치다는 의견이 나왔다. 법조계 인사들도 검찰이 ‘미네르바’ 구속의 근거 법률로 활용한 전기통신기본법의 ‘허위사실 유포’ 관련 조항이 위헌 소지가 있으며, ‘사안의 중대성’을 빌미로 구속 영장을 발부하는 것도 무리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런 상황에서도 조중동은 ‘미네르바’에 대한 무리한 수사로 인해 이명박 정권이 타격을 입을까 ‘전전긍긍’하며 검찰을 감싸고, 사건의 파장을 축소시키려는 행태를 보였다. 나아가 누리꾼들이 ‘미네르바’ 구속 수사를 비판하는 과정에서 나온 거친 표현을 빌미로 ‘사이버모욕죄’ 도입에 힘을 싣는 등 사건의 본질을 호도하려 들었다.

조선, ‘미네르바’에 신뢰 보낸 국민은 광신도?

10일 조선일보는 국민들이 ‘미네르바’를 “미국 유학파 출신의 경제전문가”로 착각해서 그의 글에 공감한 것인 양 보도했다. 사설 <前 청와대 경제수석이 ‘국민 경제 스승’으로 모신 분>에서 조선일보는 ‘미네르바’가 “공업전문대 출신 30세 무직자”였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학벌주의에 현혹된 진보진영 전문가들이 ‘미네르바’ 신드롬을 부추긴 것처럼 몰아갔다. <검찰 “미네르바는 전형적 혹세무민 사건”>에서도 ‘미네르바’가 허위 사실을 유포해 국민을 속였다는 식의 검찰 주장을 부각시켰다.
12일 조선일보 ‘신경무 만평’은 제목부터 <사교(邪敎), 완전 패닉상태…>로 뽑으며 ‘미네르바’ 사진 앞에서 촛불을 든 국민들이 “우리 미네르바 교주님이 다시 돌아올 그날까지… 믿슙니다!”라고 절규하는 것으로 묘사했다.
한 마디로 조선일보는 ‘미네르바’의 경제 전망과 예측에 공감한 국민들을 ‘패닉’에 빠진 사교(邪敎) 집단으로 모욕하고 폄하한 것이다. 이러한 조선일보의 행태는 국민들이 ‘미네르바’의 글을 조선일보 기사보다 더 신뢰한 것에 대해 유치한 ‘질투심’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의문이 들 정도다.
반면 조선일보는 ‘미네르바’ 구속이 이명박 정권의 언론·표현의 자유 탄압, 인터넷 통제라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대로 보도하지 않았다. <중략>
13일에는 서울시립대 윤창현 교수의 칼럼 <한 경제학자의 ‘미네르바’ 체험>을 제외하고는 아예 ‘미네르바’ 구속에 대한 기사를 싣지 않았다. 이러한 보도 행태는 조선일보가 ‘미네르바’ 구속에 따른 비난 여론이 이명박 정권에 불리하게 작용한다고 보고 ‘의제 축소’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중앙,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 적극 엄호

중앙일보도 조선일보와 마찬가지로 ‘미네르바’에 ‘놀아난’ 국민들을 개탄하면서 인터넷에 대한 통제를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식으로 논지를 펼쳤다. 10일 중앙일보는 3면 <가짜에 휘둘린 대한민국>에서 큰 제목을 “화려한 전문가로 신분 포장… ‘배경’에 약한 사회가 그를 키웠다”면서 국민들이 ‘미네르바’의 글이 아니라 조작된 경력을 믿고 열광한 것인 양 몰아갔다. 사설 <‘미네르바’ 계기로 인터넷문화 성숙돼야>에서는 “경제 전문가도 아닌 사람이 익명으로 정부의 경제 정책을 비판하면서 인터넷 스타로 떴다는 사실은 사이버 문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미네르바’ 신드롬 자체를 ‘인터넷의 부작용·역기능’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중앙일보의 보도 행태는 12일에도 계속되었다. 12일 <미네르바 소동으로 본 한국 사회 (하) 대책은 없나>는 큰 제목부터 “‘인터넷 논객’에 뺨 맞은 제도권… 국민 눈높이 맞춘 소통 절실”로 뽑았다. ‘눈높이’라는 단어를 쓴 것에서 짐작할 수 있듯, 중앙일보는 전문가들이 국민들의 계몽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며 국민들의 판단력과 지적 역량을 은연중에 무시하는 행태를 보였다. <중략>
반면 중앙일보는 미네르바 구속에 따른 이명박 정권의 표현의 자유 탄압, 인터넷 통제에 대한 비판은 단순히 ‘정치공세’로 치부하면서 외면하는 행태를 보였다. <생략>

동아, 왜 신동아의 ‘미네르바’ 인터뷰·기고 진위 여부에 침묵하나?

동아일보도 조선일보, 중앙일보와 다르지 않은 보도 행태를 보였다. 10일 동아일보는 사설 <‘31세 골방도사 경제대통령’ 누가 만들었나>에서 “신원도 확인되지 않은 누리꾼이 얼굴 없는 ‘경제 대통령’으로 부상한 일련의 과정을 돌이켜보면 이성보다는 감성, 과학보다는 근거 없는 선동에 휘둘리기 쉬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병리현상이 엿보인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씨의 실체가 밝혀진 뒤 상당수 국민은 신흥종교 교주에게 사기당한 듯한 심정을 느끼고 있다”며 ‘아전인수’격 논평을 덧붙였다.
12일에는 ‘미네르바’ 구속영장을 발부한 판사를 거친 표현으로 비난한 일부 누리꾼들의 사례를 ‘사이버 테러’로 부각하면서, 검찰의 ‘미네르바’ 구속을 적극 엄호했다. 사설 <미네르바 구속에 ‘사이버 보복’하는 서글픈 악플러에서 동아일보는 “법관에게 인신공격과 위협적인 언사를 늘어놓은 행위는 사법권에 대한 위협이자 또 다른 범죄행위”라고 단언하고, “이러한 철부지 누리꾼들의 행위는 역설적으로 사이버 모욕죄 도입의 정당성을 뒷받침해줄 뿐”이라고 주장했다. 나아가 ‘미네르바’가 “허위사실을 유포해 외환시장을 혼란시킨 행위는 결코 가볍게 볼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라고 주장해 검찰의 ‘미네르바’의 구속에 힘을 실었다. <생략>

한겨레·경향, “‘미네르바’ 구속은 언론·표현의 자유에 대한 심각한 탄압”

한겨레와 경향신문은 ‘미네르바’의 구속이 이명박 정권의 표현의 자유 탄압, 인터넷 통제라는 비판에 초점을 맞추어 보도했다.
10일 한겨레는 <‘말문 막기’ 나선 검찰, 지금이 어느 시대인가>에서 ‘미네르바’ 구속이 “정부가 자신과 다른 말을 했다고 처벌하려 덤비는 꼴이기도 하니, 국민의 말문을 막는 것이다”라고 비판했다. 한겨레는 “검찰이 한 편의 글을 문제 삼아 기다렸다는 듯 ‘표적·보복 수사’에 나선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 “그렇게 막무가내로 비판을 틀어막으려 한다면 국민의 거센 반발을 피할 수 없다. 당장 중단하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사설 <권력집단의 천박한 학벌주의>에서는 조중동과 수구세력이 “미네르바는 전문대를 졸업한 비전공자이므로 설사 그의 전망과 분석이 옳아도 가짜이고, 사회를 병들게 하는 바이러스”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한 후, “이번에 붙잡힌 사람이 미네르바가 맞다면, 사실 가장 부끄러워야 할 집단은 바로 그들”이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그 잘난 학벌과 권력을 갖고도, 분석·전망·대책이 얼마나 엉터리였으면, 일반 대중이 미네르바에게서 대안을 찾고자 열광했을까”라고 ‘학벌주의’에 매몰된 수구 세력의 ‘미네르바 때리기’를 비판했다.
12일에는 사설 <국가 신인도 추락시킨 미네르바 구속>에서 ‘미네르바’ 구속은 대한민국이 스스로 국제적 웃음거리가 된 격이라고 비판하면서 “(이명박 정권이) 자기 반성은 하지 않고 반대여론에 재갈을 물리려고만 하면 국민이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13일 <외환보유액 감소도 미네르바 탓으로 돌려>에서는 ‘미네르바’에 외환 시장 교란의 책임까지 전가하려는 검찰의 무리한 시도를 비판했다.
경향신문도 10일 사설 <미네르바 체포는 민주주의 위기의 증좌다>에서 ‘미네르바’ 구속영장 청구가 “민주화 역행 현상의 결정적 단면”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설에서 경향신문은 “미네르바 사건은 이 정권이 신공안정국을 거쳐 경찰국가로 치닫고 있는 느낌마저 갖게 한다”고 비판했다.
12일 사설 <미네르바 키운 건 무능한 이 정부다>에서는 ‘미네르바’를 ‘사기꾼’으로 몰아가는 정부 여당과 족벌신문의 시도를 “염치없는 짓이다”라고 비판한 후, “정부가 미네르바를 엉터리, 가짜로 몰아세우기에 앞서 ‘엉터리, 가짜보다 못한 정부’라는 따가운 질책에 먼저 겸허히 머리를 숙이는 것이 순서”라고 제언했다.
13일 1면 <“20억 달러 투입”… 檢 미네르바 구속논리 허점>에서는 작년 12월 29일 ‘미네르바’의 글이 외환시장을 교란시켰다는 검찰의 주장을 따졌다. 기사는 환율 변동에 정확히 얼마만큼 영향을 주었는지 측정하기 힘들다는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검찰의 주장이 무리라고 보도했다. 3면 <검찰 자충수>에서는 검찰이 ‘미네르바’를 구속하기 위해 정부의 환율 개입 사실을 밝히면서 국제신인도를 저하시키는 자충수를 두고 있다고 비판했다.

‘미네르바’의 구속은 이명박 정권이 반대 의견을 폭력적으로 틀어막겠다는 의도에서 벌이는 인권 탄압이다. 파이낸셜타임즈, 월스트리트저널, 포브스, 로이터통신 등 세계 유수의 언론들도 ‘미네르바’에 대한 수사를 두고 한국의 언론 자유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급기야 12일 ‘국경없는 기자회’는 ‘미네르바’의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조중동은 ‘미네르바’를 구속한 검찰의 무리수를 적극 엄호하고, 이명박 정권에 대한 극도의 불신이 ‘미네르바’ 신드롬을 만들었다는 사실을 은폐한 채 국민을 모욕하고 있다. / 13일 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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