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이 KBS를 지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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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이 KBS를 지킬 것이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7.09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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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의 추태가 이어지고 있다.
4일 신재민 차관이 “대통령에게 KBS 사장 해임권이 있다”는 발언으로 파문을 일으키더니 7일에는 심재철 한나라당 의원이 여성단체연합 남윤인순 대표의 광우병 대책회의 활동을 문제 삼아 “KBS 이사를 사퇴하라”는 주장을 폈다. 그러나 심 의원의 주장은 ‘KBS 이사회에 대한 무지’를 드러낸 것이자 ‘공영방송 장악을 위한 정치공세’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심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균형을 바탕으로 한 공정방송을 성실히 수행한다”는 방송강령의 한 대목을 언급한 후 “KBS 이사 역시 이같은 정신을 지키는 KBS 인”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나 방송법 4장 제46조(이사회의 설치 및 운영) ①은 “공사는 공사의 독립성과 공공성을 보장하기 위하여 공사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으로 이사회를 둔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③은 “이사는 각 분야의 대표성을 고려하여 방송통신위원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되어 있다.
즉, KBS 이사회는 방송의 편성·제작이 아니라 KBS의 경영에 관한 최고의결기관이며, 이사들은 공영방송에 대한 ‘공적통제’ 차원에서 각계 대표성을 고려해 임명되는 ‘외부인’들이다.
반면 심 의원이 들고 나온 ‘방송강령’은 KBS 내부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마련한 방송제작 및 편성에 관한 규율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KBS의 경영을 관리 감독하는 비상임이사들에게 ‘방송강령’을 들이대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

KBS 이사회는 ‘방송강령’이 아니라 방송법에 따라 기능한다. KBS 이사는 3년의 임기를 보장받으며, 방송법 어디에도 시민단체 활동을 이사의 결격사유로 규정하거나 시민단체 활동을 이유로 이사를 쫓아낼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
남윤인순 대표는 우리사회의 각종 의제들에 대해 개혁적인 목소리를 내온 명망 있는 여성계 인사이며, 이런 신뢰를 바탕으로 KBS 이사에 추천되었다. 그가 KBS 이사를 맡았다고 해서 시민운동 영역에서 활동을 제약받을 하등의 이유가 없다.
따라서 “공정성을 감독해야 할 KBS 이사가 공정성 논란의 한 쪽 당사자인 광우병 대책회의의 주요 구성원으로 내놓고 활동한다는 것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이사가 편향적인 활동을 하면서 산하 KBS 구성원들한테 공정한 방송을 하라고 어찌 말할 수 있겠는가”라며 남윤인순 대표를 공격한 심 의원의 주장은 아무런 근거 없는 정치공세에 불과하다.
더욱이 심 의원은 광우병 대책회의를 “한 쪽 당사자”라고 표현하면서, 남윤인순 이사가 “편향적인 활동”을 했다고 주장했는데, 과연 광우병 문제를 놓고 이런 식의 ‘편가르기’를 해도 되는 것인지 묻고 싶다. 국민들은 정부의 쇠고기 졸속협상을 비판하면서 자신들의 ‘건강권’을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이런 국민들과 광우병 대책위를 ‘한 쪽 당사자’로 놓는다면 ‘다른 한쪽 당사자’는 미국산 쇠고기가 안전하다고 강변하는 이명박 정부일 것이다. 국민과 정부를 편가르고, 국민의 건강권 보장을 위해 활동한 것을 ‘편향적’이라고 주장하는 심 의원의 인식이 참으로 걱정스럽다.

그동안 이명박 정부는 ‘정연주 축출, KBS 장악’이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정연주 사장의 사퇴를 반대하는 KBS 이사들을 끊임없이 압박해 왔다. 이 과정에서 김금수 이사장이 사퇴했고, 신태섭 이사는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동의대로부터 ‘KBS 이사 사퇴 압박’을 받다가 이를 거부하자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해직까지 당했다.
반면 ‘친한나라당 성향’의 이사들은 정치적 독립성에 치명적인 하자를 갖고 있거나, 납득할 수 없는 행보를 보였음에도 아무런 문제없이 활동하고 있다.
KBS 이사이며 한국자유총연맹 부총재를 맡고 있는 이춘호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여성부 장관으로 내정했다가 부통산 투기 의혹으로 물러난 사람이다. 여성부 장관에 내정된 상태에서도 KBS 이사를 그만두지 않고 있다가, 도덕성 문제로 장관직에 오를 수 없게 되자 아무 일 없었던 듯이 KBS 이사를 계속 맡는 것이야말로 KBS의 정치적 독립성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 아닌가? 또 홍익대 교수인 방석호 이사는 지난 2006년 11월 정연주 사장 재선임을 반대하며 KBS 이사를 사퇴했다가, 조상기 이사의 후임으로 올해 다시 방송통신위원회의 추천을 받아 KBS 이사가 되었다. 한 번 사퇴한 인사를 다시 이사로 추천하는 방송통신위원회나 이를 받아들여 KBS 이사에 ‘복귀’한 방석호 이사의 행보를 어떻게 납득할 수 있겠는가?
이런 비상식적인 상황에 더해 심재철 의원은 남윤인순 이사에게까지 억지 정치공세를 펴고 나섰으니, 정권의 KBS 장악 시도에 앞장섰다는 비난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KBS 장악 시도에 분노해 공영방송을 지키겠다며 촛불을 들었으며, 신태섭 이사에 대한 구명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다.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이 이런 민심을 읽지 못하고 공영방송 장악 시도를 포기하지 않는다면 국민들로부터 혹독한 심판을 받게 될 것이다. 심재철 의원은 지금이라도 이명박 정권의 공영방송 장악 시도에서 발을 빼고 국민의 분노를 키우지 않도록 조심하는 것이 그나마 현명한 처신이다.
아울러 우리는 한나라당으로부터 압박받고 있는 KBS 이사들이 흔들림 없이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을 지켜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
국민은 이명박 정부로부터 공영방송을 지켜낼 것이다.

2008년 7월 8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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