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권이 실패한 대북정책, 국민이 책임지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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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권이 실패한 대북정책, 국민이 책임지란 말인가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7.04 02: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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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남북관계는 더 이상 나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명박 정권이 지난 정권에서 어렵사리 이뤄온 성과들을 ‘퍼주기’ 등으로 매도하며 ‘6·15 공동선언’, ‘10·4 공동선언’의 합의를 무시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이명박 정권은 인도적 차원의 대북지원마저도 핵 문제와 연계시키며 사실상 중단해 버렸다.

이명박 정권이 대북문제의 특수성과 국제정세 변화를 간과한 채 대북관계를 악화시키는 동안 6자회담 석상에서 북미관계는 진전을 거듭했다. 6월 26일에는 핵물질과 시설 등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 내역이 신고됐으며, 27일에는 영변 핵시설 냉각탑이 폭파됐다. 북한을 ‘악의 축’이라고까지 했던 미국 부시 행정부는 “45일 이내 북한 테러지정국 해제”를 공언하며 대북제재 해제 절차에 들어갔다. 벌써부터 북미 수교가 멀지 않았다는 진단까지 나오고 있는 가운데, 미국은 북한에 인도적인 차원에서 쌀 50만톤을 지원하고 있다.

이렇게 북미관계가 급진전하자 당황한 이명박 정권은 허둥지둥 옥수수 5만톤을 북한에 지원하겠다고 제의했다. “북한이 먼저 식량 지원을 요청하면 그 때 식량 지원을 고려할 수 있다”며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소위 ‘대북 퍼주기’와 차별성을 과시하다가 말을 바꾼 것이다. 그러면서 이명박 정권은 “작년 12월 북한이 참여정부에 지원 요청한 옥수수를 늦게나마 지원한다”며 궁색한 해명을 내놨다. 그러나 북한은 이명박 정권을 향해 ‘6·15 공동선언’과 ‘10·4 공동선언’을 인정해 대북관계 정상화부터 하라며 옥수수 지원 제의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일부 수구 족벌 신문들은 이러한 맥락을 제대로 전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이명박 정권의 대북정책 실패를 감싸는 데 급급했다. 특히 오늘(2일)자 <동아> 사설은 이 정권의 대북 통일 정책 실패를 오히려 추켜세우면서 생뚱맞게 광우병 쇠고기 수입을 반대하는 시민들에게 “김정일 향해 촛불을 들라”고 호통쳤다.

<남쪽 식량은 안 받겠다는 김정일 향해 촛불을 들라>는 사설에서 <동아>는 이명박 정권의 옥수수 5만톤 지원 제의를 두고 “대북 지원의 원칙까지 깨가며 인도적 지원에 나섰다”며 추켜세웠다.

그러면서 “정권의 자존심을 위해 주민을 굶기는 쪽이 비판받아야 하는가, 대북 지원의 원칙까지 깨가며 인도적 지원에 나선 쪽이 비판받아야 하는가”라고 뜬금없는 질문을 던지더니 “최소한의 양식과 이성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제라도 김정일을 향해 규탄의 촛불을 들라”고 주장했다.

<동아>에게 묻고 싶다. 이명박 정권의 오만과 독선에 항의하는 일만으로도 고달픈 국민이 북한을 향해 “이명박 정권의 호의를 받으라”는 촛불까지 들란 말인가. 남북관계를 파탄낸 이명박 정권의 실패를 은폐하는 것으로도 부족해 국민에게 ‘색깔론’까지 뒤집어 씌우려는 저의가 있다고밖에 볼 수 없다. “이명박 정권에는 촛불을 들면서 김정일 정권에는 촛불을 들지 않는다”라는 식의 트집을 잡아 촛불집회의 순수성을 음해해 보겠다는 게 <동아>의 의도 아닌가.

우리는 <동아>가 남북관계를 객관적 심층적으로 보도할 것이라고 결코 기대하지 않는다. 또 이명박 정권의 생색내기 식 ‘옥수수 5만톤 지원’ 제의를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는 것도 눈감아 줄 의향이 있다. 그러나 ‘쇠고기 정국’에 북한을 끌어들여 시민들을 향해 왜 북한 정권을 비판하지 않느냐고 호통치는 <동아>의 행태는 짜증스럽기 그지없다. 이런 논리가 촛불을 든 시민들에게 결코 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동아>는 언제쯤 깨달을 것인가.


2008년 7월 2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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