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D수첩>죽이기’로 촛불 끌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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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수첩>죽이기’로 촛불 끌 수 없다
  • 김광충 기자
  • 승인 2008.06.28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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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아 ‘촛불 끄기’에 나섰다.
지난 5월 초부터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방송과 인터넷이 ‘광우병 괴담’을 유포시켜 촛불시위가 확산됐다는 주장을 ‘고장난 레코드’처럼 반복해 왔다.

이 같은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의 행태는 26일 절정에 이르렀다. 이들은 ‘오역’을 빌미로 ‘< PD수첩> 죽이기’에 나섰는데 사안의 본질을 왜곡해 ‘촛불민심’을 호도하겠다는 ‘꼼수’를 보면 여전히 정신을 못차린게 틀림없다.

지난 4월 29일 방송된 < PD수첩> ‘광우병편’은 검역 주권을 포기하고 미국산 쇠고기의 전면 수입을 허락한 이명박 정권의 굴욕적이고 졸속적인 쇠고기 협상의 문제점을 잘 짚었다.

이러한 < PD수첩>에 대해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방송 직후부터 지금까지 ‘광우병 괴담’ 운운하며 문제제기의 핵심을 호도하고 폄하하는 ‘여론조작’에 몰두했다. 이렇게 두 달 동안 ‘고장난 레코드’처럼 < PD수첩>을 공격한 조중동은 26일 또 다시 <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오역’을 했다는 식의 보도로 지면을 도배했다.

<조선일보>는 1면, 3면, 사설 등을 통해 “< PD수첩>이 의도적으로 광우병 과장?왜곡 보도를 했다”, “< PD수첩>은 자신의 의도적인 왜곡 보도의 책임을 공동 번역자 J씨에게 떠넘기며 책임을 회피했다”고 비난했다.
<중앙일보>도 1면, 3면, 4면, 사설 등을 통해 <조선일보>와 대동소이한 보도 행태를 보였다.<중앙일보>는 특히 사설에서 “PD수첩은 의도적인 왜곡과 과장으로 광우병 위험을 부풀려 국민을 공황에 빠뜨리고 나라를 혼란으로 몰고갔다”면서 “MBC가 회사 차원에서 제작진을 징계하고 국민 앞에 사과방송을 하는 것만이 해결책”이라는 주문까지 내놓았다.
<동아일보>도 1면, 3면, 사설 등을 통해 < PD수첩> 매도에 나섰다.

이러한 조중동과 입이라도 맞춘 듯 26일 오전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긴급 관계장관 대책회의에서도 “MBC PD수첩의 광우병 관련 편파왜곡 보도에 대해 논의”하고 “공영방송이 의도적인 편파왜곡을 해 국민을 혼란시켰다면 심각한 문제”라는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26일 오후 홍준표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 PD수첩>을 일벌백계하라”는 입장을 발표했고, 검찰은 재빠르게 검사 5명으로 구성된 < PD수첩> 수사 전담팀을 구성했다.

공영방송 시사프로그램에 대해 정권 차원의 ‘대책’이 논의되고, 혐의가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검찰까지 나서 수사를 한다고 하니 이 정권 사람들이 과연 제 정신인지 의문이 든다.

독재정권 뺨치는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의 < PD수첩> 죽이기’는 우리가 볼 때 ‘제 발등 찍기’다. < PD수첩>을 희생양으로 삼아 ‘광우병 정국’을 돌파하겠다는 얄팍한 저의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이명박 정부의 생각처럼 어리석지 않다. 설령 < PD수첩>이 ‘오역’을 한 잘못이 있다 해도 쇠고기 협상 직후 우리가 먹게 될 미국 소가 어떤 과정을 거쳐 식탁에 오르고, 어떤 위험이 있는지에 대해 적극적으로 알린 노력은 결코 폄훼될 수 없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 PD수첩>이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에 나온 ‘주저 앉은 소’를 ‘광우병 의심소’로, 20대 미국 여성 고(故) 아레사 빈슨을 ‘인간광우병 사망자’로 보도한 것도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이 주장하는 것처럼 섣불리 ‘의도적인 사실 왜곡’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주저 앉은 소’가 100% ‘광우병소’라는 확실성은 없더라도, ‘광우병소’의 대표적 증세가 주저앉는 것이라는 점에서 ‘주저 앉은 소’가 ‘광우병소’일 개연성은 충분히 존재한다.

더구나 조중동도 올해 2월 ‘휴메인 소사이어티’ 동영상과 6만 4천톤의 미 쇠고기 리콜 사태를 보도하면서 “미 농무부는 다우너 소의 경우 대·소변 속에서 버둥거리면서 면역체계가 약해지기 때문에 식중독균이나 광우병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아 식용으로 사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조선> 2008.2.19)는 등 영상에 나오는 ‘주저 앉은 소’가 ‘광우병소’일 개연성이 있다는 점을 보도하지 않았는가.

< PD수첩>이 아레사 빈슨을 ‘인간광우병’(vCJD)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한 것 또한 의도적인 오역이라고 볼 수 없다. 이에 관해서는 공동번역자 J씨 역시 < PD수첩>이 의도적으로 오역하지 않았음을 < PD수첩>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밝히기도 했다.

조중동과 이명박 정권이 하필 26일 < PD수첩>에 대한 전방위 공격에 나선 이유는 뻔하다. 26일 ‘미국산 쇠고기 수입 고시’ 관보 게재를 강행하면서 촛불시위의 정당성을 뿌리부터 흔들어 ‘광우병 정국’에 ‘마침표’를 찍겠다는 저의 아닌가. < PD수첩>이 ‘광우병 촛불집회’의 촉매 역할을 했다고 보고 < PD수첩>만 ‘거짓말 방송’으로 만들면 촛불을 끌 수 있다고 오판했을 것이다.

그러나 < PD수첩>이 광우병 위험에 대한 시민들의 관심을 환기시켰다고 할 수는 있어도 시민들이 < PD수첩> 하나만 보고 두 달 가까이 촛불시위를 이어갔다고 보는 것은 단세포적인 발상이다.
더 이상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은 시민을 깔보지 말라. ‘오역’을 했다는 이유로 공영방송 프로그램을 검찰까지 동원해 수사한다는 것이 말이나 되는가. 이명박 정권이 < PD수첩>을 탄압하면 할수록 < PD수첩>을 ‘국민방송’으로 만들어 줄 뿐이다.

이명박 정권과 조중동의 기대와 달리 26일 시민들의 저항은 더욱 거세졌다. 공영방송과 인터넷, 국민을 상대로 ‘전쟁불사’를 선언한 데 따른 당연한 결과다. 이명박 정권이 계속 조중동과 한 몸이 되어 국민을 기만하고 언론을 탄압하는 데만 몰두한다면 ‘촛불정국’에서 한발짝도 빠져나갈 수 없을 것이다.
국민이 얼마나 분노하고 있는지 아직도 보지 못하는 이명박 정권의 미래가 암담하다.

2008년 6월 27일

(사)민주언론시민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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